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고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대만으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3일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넘겨 중국 기업이 제품 개발에 사용하게 한 혐의를 받은 김 모 전 삼성전자 부장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협력 업체가 입은 피해만 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경남경찰청은 3일 대우조선 재직 당시 잠수함 도면을 빼돌리고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S사로 이직한 뒤 도면을 대만 측에 넘긴 A 씨 등 2명을 산업 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유출된 도면은 대만 정부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잠수함 ‘하이쿤’ 개발에 사용됐다고 한다.
산업스파이 범죄는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전직 임직원들은 해외에서 수조 원대 투자를 약정받고 중국 시안에 삼성 반도체 공장과 똑같은 ‘복제판’ 공장을 설립하려다 지난해 덜미를 잡혔다. 앞서 국내 한 대형 조선사 출신 인사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고부가 선박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겨줘 기소됐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집계한 산업 기술 해외 유출이 총 552건에 달해 피해 규모가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도 최근 10년 동안 산업스파이에 대한 1심 사건(141건) 중 실형 선고 비율은 9.9%(14건)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양형 기준도 국외 기술 유출은 징역 1년~3년 6개월에 가중처벌을 해도 최대 6년에 불과해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이 명시한 최고 형량(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 전략 기술이 유출돼 해외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산업스파이 범죄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도 기술 절도를 막기 위한 긴밀한 협력으로 특단의 대비책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기술이 전 세계 경쟁사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함께 이미 개발된 핵심 기술의 유출 방지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