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KG모빌리티(003620)·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중견 3사가 지난해 판매 물량 10대 중 8대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확대로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온 3사는 올해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 반등 기조를 굳힐 계획이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중견 3사가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총 56만 4615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사의 전체 판매량 68만 8583대 가운데 81%를 차지하는 규모다.
가장 기록적인 수출 실적을 거둔 곳은 한국GM이다. 한국GM은 지난해 46만 8059대를 국내외 시장에 판매했는데 이 중 91%인 42만 9304대가 수출이었다. 전년 대비 88% 급증한 실적으로 2015년 이후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두 모델이 한국GM 수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년간 21만 3169대가 선적되며 국내 업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수출된 모델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말부터 수출되기 시작한 트랙스 CUV는 연말까지 21만 6135대가 해외시장으로 향하며 10개월 만에 트레일블레이저의 기록을 앞질렀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CUV는 각각 부평 공장, 창원 공장에서 양산되며 대부분의 물량이 북미로 수출된다.
한국GM은 북미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올해 두 모델을 각각 25만 대씩 양산해 연간 생산량을 50만 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트레일블레이저 한 개 차종만으로도 2022년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례가 있어 2년 연속 흑자 경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도 수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이 회사의 완성차 수출량은 5만 3083대로 전년보다 17.6% 증가했다. 신형 SUV 토레스와 코란도, 렉스턴 스포츠 칸을 앞세워 유럽과 중남미·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새롭게 공략한 점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수출이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며 2016년 이후 7년 만의 연간 흑자 전환도 확실시된다.
아직 내수가 수출보다 많지만 KG모빌리티는 올해부터 기존 시장 이외에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시장을 추가로 개척해 수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 협업해 현지에서 반조립제품(CKD) 양산을 본격화하고 아프리카 대표 시장인 이집트에서도 토레스 판매를 시작한다. 독일에서는 직영 판매 법인을 가동해 유럽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약 500억 원을 들여 평택 공장을 개조하는 작업도 끝냈다. 약 2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조립 2라인과 3라인을 통합해 전 차종을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토레스 기반의 전기 픽업트럭 O100, 내년에 코란도를 계승한 KR10 등 신차를 추가해 2026년까지 10만 대 이상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2026년까지 내수 12만 대, 수출 10만 대, CKD 10만 대 등 총 32만 대의 연간 판매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르노코리아는 3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악화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수출이 전체 판매의 78%를 차지하며 더 큰 손실을 막았다. XM3와 QM6를 중심으로 8만 2228대를 만들어 유럽 시장에 보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신차를 내놓지 못하며 판매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부터는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오로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중형 하이브리드 SUV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신차 출시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SUV 폴스타4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내수와 북미 시장에 판매한다. 르노코리아는 단계적으로 양산할 신차가 옛 영광을 재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르노코리아는 일본 닛산의 SUV 로그를 연간 10만 대 이상 위탁 생산해 흑자 경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