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연임에 성공하면 미중 관계 악화로 우리 증시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증권사 분석이 나왔다. 민진당이 집권을 유지하면 미국 내 TSMC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져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제기됐다.
미래에셋증권은 8일 보고서에서 “대만 민진당 연임이 확정될 경우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며 “11월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줄어들던 미중 간 긴장이 재차 높아질 수 있고 일시적으로 전쟁 우려도 부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진당의 연임이 확정되고 중국이 2022년 8월에 상응하는 강한 수위로 반응할 경우에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강도 높은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실을 상기한 분석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만 선거 결과가 미중 관계에 따른 증시 전반은 물론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민진당 정권은 대중 수출 규제에 협조적이었고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이라며 “반면 국민당은 반도체 산업을 활용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데다 TSMC의 해외 투자에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에 따라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국민당이 집권하는 시나리오가 사업 확장에 좀 더 유리한 여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공지능(AI) 칩 같은 고사양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고급 나노 공정 기술을 가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TSMC와 삼성전자뿐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당이 집권할 경우 삼성전자가 점유율을 어느 정도 챙길 수 있다”며 “TSMC 점유율이 워낙 독보적이라 일부만 가져와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