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공병원 70개 설립” 이재명, 부산대병원 패싱 논란에…과거 발언 재조명

대선 후보자시절 공공의료 확충 공약 제시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 등 4대 전략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뒤 수술을 위해 헬기를 타고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의료계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 대표가 대통령 선거후보자 시절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내세웠던 공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건립했던 성남시의료원에 대해서도 가족은 물론 본인조차 이용하지 않으며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2020년 7월 건립된 성남시의료원은 만성적 부실로 대학병원 위탁 운영 등이 추진되고 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의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매체에 ‘이재명은 왜 성남의료원을 지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자신이 안 갈지언정 거주지 근처에 병원이 생기는 건 주민들 입장에선 좋은 일, 이재명으로선 자기 돈 한푼 안 쓰고 생색을 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며 “성남시의료원은 강성노조 등의 원인으로 폐업한 인하병원 근로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사안이다. 이들과 손을 잡음으로써 이재명은 성남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배우자인 김혜경 씨와 아들의 대형 병원 이용 사례를 들며 “국민 세금으로 병원을 지어 놨다면 병원이 잘 되도록 노력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일진대, 이재명에겐 그런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도 꼬집었다. 2021년 6월 이 대표의 아들이 경기도 고양시의 명지병원에 입원했던 것과 2021년 11월 김 씨가 낙상으로 얼굴이 찢어졌을 때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사례를 이번 서울대병원 전원과 연관시켜 재소환한 것이다.



서 교수는 강선우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모든 환자는 다 누군가의 가족이다. 병원 설립자는 물론이고 그 부인과 자식마저 외면하는 성남시의료원엔 대체 누가 가느냐”며 “이번 사태를 보니 공공병원 70개 확충을 대선공약으로 내건 이재명이 당선 안 된 건 참 다행스럽다”고 일침을 놨다. 강 대변인은 최근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 대신, 응급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받은 데 대해 비판이 일자 “그게 본인이랑 가까운 사람, 본인의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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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선 후보자 시절인 2021년 70개 중진료권별 공공병원 확보를 포함해 '공공의료 확충' 관련 4대 공약을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고,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공공병원 확충의 일환으로 전국 70곳 중진료권별로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고, 지역에서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을 신·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 밖에 국립보건의료전문대학원과 의대 신설을 포함한 필수 진료과목 국가책임제, 지역 필수의료 수가 가산제, 지역의사제, 지역간호사제, 공공임상교수제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피습 직후 국가 지정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마친 채 헬기로 이송되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며 지역의료계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 해야 했다는 게 지역 의사회를 비롯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산시를 필두로 전국 광역지차제 의사회는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고 지역 의료계를 무시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가 2010~2018년까지 무려 8년간 시장을 지낸 성남시 의사들도 8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성남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공 의대와 지역의사제를 국회에서 통과시킨 민주당의 대표가 지역 진료는 외면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보여줬다”며 “연고지 병원 이송이 목적이었다면 시장 재임 시절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 세금으로 지은 성남시의료원으로 이송을 요구했어야 하지 않나. 본인도 이용하지 않고, 매년 적자 수백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성남시의료원은 대체 누구보고 이용하라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성남시의료원 건립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1호 공약’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547억 원 상당의 손실을 냈고 올해도 6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며 만성적 부실에 시달려 현재 대학병원 위탁 운영 등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정청래, 천준호 의원이 부산대병원의 수술 권유를 외면한 채 서울대병원 이송을 고집해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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