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자체브랜드(PB)상품은 앞으로 품목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차별화·전문화된 형태로 출시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별 핵심 전략을 실현하는 바탕이 되는 데다 경쟁 업체를 제치고 해당 매장이나 플랫폼을 찾을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PB 상품을 활용해 새해 트렌드에 발맞추는 한편 각 사별 특장점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를 활용해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물성 피자·만두·아이스크림을 내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롯데마트도 PB를 핵심 수단으로 삼아 개인화된 식품 마케팅을 강화한다. 최근 그랑 그로서리 1호점으로 재개장한 서울 은평점에서 가정간편식과 신선식품 브랜드 ‘요리하다’의 주문제작 방식을 실험중이다. 홈플러스도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카테고리별 매출을 견인할 당당치킨과 라면 등 단독 상품을 확대중이다.
편의점은 PB 상품으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전문 조직까지 두고 있다. CU는 주류 태스크포스팀(TFT)을 지난해 정규 부서로 승격시켜 하이볼을 비롯한 차별화 상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GS25는 본사 사옥 지하에 위치한 식품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레스토랑 간편식에 힘을 싣는 한편 특대형 사이즈 등 상품도 개발한다.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본사 PB를 들여와 국내에 없던 상품 구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자체브랜드가 전성기를 맞자 e머커스 업체들도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쿠팡은 관련 자회사 CPLB를 두고 PB 제품 생산을 맡을 중소 업체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곰곰(식품) △탐사·코멧(생활용품) △비타할로(건기식 등)를 비롯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큐텐그룹에 속하게 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는 공통 브랜드를 바탕으로 합병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PB 상품은 전문화된 형태로 분명히 증가하겠지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업종별로 적합한 특색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