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취임 후 두 번째 종교계 일정으로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다. 충청 표심과 종교계 표심을 동시에 겨냥한 외연 확장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기념 봉축 법회에서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배려와 존중의 뜻이 대한민국 곳곳에 널리 퍼졌으면 한다”며 “저와 국민의힘 역시 대조사님의 깊은 뜻을 배우고 동료 시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은 구인사가 지난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기간 폭염으로 조기 퇴영한 일본 청소년 대원 1500여 명을 머물게 했던 것을 언급하며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발휘되는 선의의 동료 의식이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국으로 돌아간 대원들이 구인사의 따뜻한 배려에 고마움을 담아 당시 추억이 담긴 사진과 편지를 보낸 것을 보도로 접했다”며 “국가적으로 곤란했던 시기에 구인사가 물심양면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봉축 법회에 앞서 천태종 총무원장인 덕수 스님과 차담을 나눈 후 법당에서 비공개로 참배한 뒤 종정 도용 스님을 예방했다. 한 위원장은 덕수 스님에게 "(비대위)출범한지가 얼마 안돼 다른 일정을 다 바꾸고 뵈러왔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에 덕수 스님은 "어렵게 오셨는데 그 마음을 부처님이 아시고 크게 좋은 일이 많이 계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저와 정부는 불교와 동행하며 서민과 사회적 약자 더 따뜻히 보듬고 국민 삶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예방에는 한 위원장을 비롯해 황 시민사회수석, 엄태영 국회의원,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김예령 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5000여명이 참석했다.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으로, 상월원각대조사는 구인사를 창건하고 천태종 초대 종정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구인사를 방문했으며,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5월에는 윤 대통령의 재방문 약속을 대신 지키기 위해 김건희 여사가 비공개 일정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구인사를 다시 찾자 여권에선 초심 잡기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