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 울고 웃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 등 많은 히트작을 배출해 내며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전했던 그가 '외계+인' 2부로 극장가에 찾아왔다. '외계+인' 1부의 흥행 성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단편적인 판단을 혹독하게 받아낸 최동훈 감독. "근근이 한 작품을 만든다"는 최동훈 감독에게 직접 들은 '외계+인' 대서사시의 비하인드는 1부에 대한 재발견과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발견하기에 충분했다.
◇'외계+인' 캐스팅 비하인드 "류준열 보고 시나리오 잘 써져" = '외계+인' 시리즈 1부가 공개됐을 시점, 최동훈 감독의 캐스팅을 향한 의문이 제기됐다. 평소 친구로서 친하게 지낸 배우 김태리와 류준열 사이의 로맨스에 이입이 되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다. 더불어 강동원 주연의 '전우치'를 제작한 최동훈 감독이 다시금 도사라는 칼을 꺼내들었기에 강동원을 경신할 새로운 도사의 이미지로서 '류준열이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륵은 류준열에게 '안성맞춤'인 역할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사석에서 류준열을 만난 이후 무륵 역에 류준열을 점찍었다. "다른 영화 시사가 끝나고 술자리에서 우연히 준열 씨를 봤는데 너무 재밌더라. 엉뚱하기도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다"라고 류준열을 표현한 최동훈 감독은 "류준열을 떠올리니 시나리오도 잘 써지는 것도 있어서 류준열로 가자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 자체에 류준열을 향한 마음이 깃들어있음을 전했다.
이는 과거 '전우치'에서 강동원을 캐스팅한 과정과도 닮아있었다. 최동훈 감독은 여담으로 강동원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강동원을 사석에서 처음 봤을 때 "엉뚱하긴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로 강동원을 점찍었다. '전우치' 공개 이후 혹평 기사가 쏟아지던 때 기사들을 보고 있는 강동원을 보고 "무엇을 봤냐"고 물으니 "제 사진 보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그를 보고 '전우치'에 어울린다고 다시금 생각했다고 한다.
◇ 외계+인 제목이 난해? "사실 난 제목 잘 못 지어” = 영화 제목치고는 흔치 않게 기호(+)가 들어간 제목이다. 이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자신이 "제목을 잘 못 짓는 감독"이라고 털어놓았다. "타짜가 나오면 '타짜'고 도둑이 나오면 '도둑들'이었다"라는 모습에 그 사실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동훈 감독이 처음 생각한 제목은 '우주감옥'이었다. 정말로 제목을 못 짓는 감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에 정한 제목이 '외계+인'이었다. 외계인과 인간이 결합된 세상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을 제목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외계'와 '인'을 한데 묶은 제목을 통한 메시지가 관객들의 마음에 가 닿길 바랐다.
제목은 잘 못짓는다고 하지만 최동훈 감독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말맛'이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이 성대모사로 따라 하고 밈화를 시켜 패러디를 양산하는 등 영향력을 뿜어내고 있다. '외계+인' 시리즈 또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촬영 현장을 회상한 최동훈 감독은 '말맛'을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말맛을 더해 살려낸 대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그는 '외계+인' 속에서도 한 예시를 들었다. 그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자신들의 도술이 깃든 물건들을 꺼내며 '이것은 신상품!'이라는 대사를 하는 신이 있는데 찍기 전에 두 배우가 '신상품이라 말할까, 비매품이라 말할까'라고 의논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 “'외계+인' 시리즈 멜로물 아냐…일부러 절제” = 2부는 무륵과 이안 사이의 로맨스가 강하게 발전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의 실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동훈 감독은 오히려 로맨스를 절제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감정을 많이 표현하지 않고도 말을 아끼고 잠깐씩 속내가 나올 때가 좋다. 그것이 한 번 정도 포착돼도 만족한다. 내가 사랑의 감정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잘 해본 적은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끔 생각나는 그리움,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정도가 표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람들이 나에게 내 작품들은 모두 주인공이 떼거리로 나온다고 하더라"라고 말한 최동훈 감독은 '타짜'의 고니, 정 마담, 평경장, 아귀, '도둑들'의 마카오 박, 뽀빠이, 예니콜 등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살려내며 관객들을 홀딱 빠지게 만드는 연출로 정평이 나있는 바. 그는 '외계+인'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에 단순히 이번 작품을 이안과 무륵의 로맨스만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안과 무륵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예시로, 능파는 능파의 인생에서 주인공이다. 다만 이 영화에서 다섯 번이 나올 뿐이다. 어떤 사람은 어떤 신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신에서는 단역도, 조연도 할 수 있다. 모두가 주인공인데 다만 서사의 흐름에 의해서 바뀌는 것이다. 그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번 작품이다"라며 작품을 찾아줄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