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구제하는 기관인 노동위원회가 올해 예산 증액에 반색하고 있다. 증액 규모는 18억원으로 다른 기관과 비교할 때 오름폭은 미미하다. 그만큼 적은 예산으로 과도한 업무가 몰린 노동위에 정부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16일 노동위에 따르면 노동위는 올해 예산이 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올랐다. 노동위 관계자는 “정부 예산 감축기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인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의 면면을 보면, 노동위 운영에 숨통을 틔었다고 보기 어렵다. 467억원 전체 예산 가운데 302억원은 인건비 등 기본 경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노동위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될만큼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돕는 기관이다. 노·사·공익위원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행정기관으로서 노동쟁의, 복수노조, 부당노동행위 등 집단적 노동분쟁과 부당해고, 차별시정 등 개별적 노동분쟁에 대해 조정하고 판정한다.
노동위는 올해 설립된 지 70년이나 됐지만, 맡고 있는 업무량 대비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위원 정원은 1805명, 공무원 정원은 385명에 달한다. 그러나 400억원 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 전체 사건 처리건수는 1만6027건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12.7%나 늘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노동위는 정체 상태에서 머물지 않으려는 행보다. 2022년 노동위 접수 사건이 결론을 나기까지 기간은 평균 53일로 2021년 보다 나흘 줄였다. 그만큼 노동위 직원이 업무 처리 속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노동위를 총괄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김태기 위원장이 노동위 변신에 적극적이란 평가다. 그는 취임 후 노동위 조사 연구와 교육·홍보를 강화했다. 또 디지털 서비스를 신설하고 해외처럼 대안적 분쟁해결(ADR) 방식을 안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제도는 작년 김기승 부산대학교 교수가 실시한 노동위 이용자 848명 설문에서 91%가 “활용하겠다”고 답할 만큼 현장에 기대감이 높다다. 제도는 협상, 화해, 조정, 중재 등 소송의 대안으로서 당사자들이 갈등을 사전에 해결하는 방식이다. 작년 버스, 병원, 철도 등 여러 부분 노사가 순조롭게 임단협을 체결한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판정 이전 화해나 조정을 의무화해 근로자의 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율을 높였다”며 “올해 한국에 맞는 ADR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