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모두는 낭만이랄수도 없는 공상을 하고는 했다. 끝없이 펼쳐진 초콜릿 바다라거나 과자로 만든 집, 솜사탕으로 만들어진 구름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최소 30대 초반까지의 관객들은 그러한 상상을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으며 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어른이 됐고, 우리 모두는 현실 속에 파묻혀 어린 시절의 상상력과 동심을 모두 잃고 말았다.
어린 시절이 그리운 어른이들을 위해 영화 ‘웡카’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기반으로 한 오리지널 스토리다. 초콜릿 공장의 주인 ‘윌리 웡카’의 젊은 시절을 그린 프리퀄로,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제작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른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자신이 잊고 살았던 동심을 다시금 되살리게 되고, 어린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자신의 머리 속으로만 해오던 상상을 영상으로 직접 보게 된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다.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보다 더욱 가족적이고, 전 연령층이 보기 편하다. 사운드트랙도 훌륭하다. 1971년 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OST들을 영리하게 사용해 관객들의 추억을 되살린다. ‘순수한 상상’을 부르는 티모시 샬라메는 1971년 판 웡카인 진 와일더와 비견된다. “순수한 상상에 비할 것은 현실에 아무 것도 없다”는 가사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울린다. ‘어 월드 오브 유어 오운’의 멜로디와 합창도 좋다.
주연 티모시 샬라메는 자신이 왜 떠오르는 대세 배우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샬라메는 순수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는 웡카 그 자체로 분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웡카를 연기한 조니 뎁의 강렬한 캐릭터가 완전히 잊혀질 정도다.
조연 라인업도 훌륭하다.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은 타락한 성직자 역을 맡아 신 스틸러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현존 최고의 여배우로 꼽히는 올리비아 콜먼의 악역 연기도 흥미롭다. 난쟁이 종족 움파룸파 역을 맡은 휴 그랜트는 휴 그랜트임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세트와 의상도 총천연색으로 빛난다.
현실과는 분명 동떨어진 영화다. 초콜릿이 귀하게 여겨지거나, 하늘을 날아다닌다거나 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웡카’는 설득력 있는 묘사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었다. 이 영화는 겨울철 마시는 따스한 코코아 한잔 같은, 마법 같은 영화다. 지난달 먼저 개봉한 국가들에서 지금까지 5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대흥행했다. 31일 개봉. 1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