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052400)가 사용자 충전금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이뤄진 선수금을 무단으로 회사채 투자, 자회사 유상증자에 사용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서도 사업자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보조금을 무단 횡령한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경기도가 민간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경기도 정기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의 대상 기간은 2018~2022년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기간인 2018년 7월∼2021년 10월과 겹친다. 지역화폐 사업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기간 역점 사업인 프로젝트다. 이로써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특혜 의혹을 받고 사법 재판대에 오른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에 이어 또 다른 특혜 의혹 사업들이 뒤탈을 일으키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는 2019년 도내 28개 시군이 각각 도입하는 지역화폐의 운영을 맡기는 내용의 협약을 코나아이와 체결해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사용자 충전금과 지자체 정책 수당 등을 합한 발행액은 2019년 3497억 원에서 2022년 4조 6723억 원으로 급증했다. 코나아이는 협약과 다르게 선수금 일부를 무단으로 자사 계좌로 이체하고 2019~2021년 3년간 연평균 약 2261억 원의 선수금을 회사채 등에 투자했다. 감사원은 이를 통해 코나아이가 최소 26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코나아이는 2020년 선수금 100억 원을 자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유상증자에 사용하기도 했다.
감사원 확인 결과 경기도와 각 시군이 코나아이와 체결한 협약에는 코나아이가 선수금을 지자체 승인 없이 운용하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은 없었다. 경기도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법무법인 4곳에 자문한 결과 모두 ‘코나아이가 선수금을 임의로 인출해 운용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코나아이는 경기도 지역화폐 사업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코나아이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은 지역화폐 운영 초기, 즉 지역사랑상품권법이 제정되기 전의 일”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법 제정 이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담당 공무원들은 2020년 10월 무렵 코나아이가 경기도나 각 시군의 승인 없이 선수금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나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담당자 징계를 경기도에 요구했다.
코나아이에 대해서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시민단체도 고발에 나서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22년 9월 무혐의 처리했으나 지난해 2월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 다른 문제들도 드러났다. 경기도가 2020년 가축 전염병,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을 지원하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경기도의 보조금 12억 9100만 원 중 5억 8300만 원을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도는 연구소가 보조금을 부당하게 쓰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여러 차례 증빙을 요구했으나 연구소는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2년간 아홉 차례에 걸쳐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에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지난해 5월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를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번 감사가 이 대표를 겨냥한 정치 감사, 표적 감사라며 감사원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감사원은 경기도 감사가 2017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연간 감사 계획에 반영해 실시한 것이며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정기 감사라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이번 감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22년 6월 제8회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와 같은 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지사가 도지사로 당선돼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전임 지사 시기에 발생한 논란과 선을 긋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역점 사업이 부실투성이였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지역화폐 사업을 대선 공약은 물론 예산 증액까지 관철시킨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명백한 표적 감사이자 정치적 감사”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다만 감사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언급이 자칫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별도의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