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기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의료기관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반면 ‘수도권 빅5’가 속한 서울 상급종합병원들은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민간병원에는 중증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정작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한 공공병원에는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2 회계연도 결산서’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손실은 2019년 340억원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703억원, 2021년 577억원, 2022년 72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적십자병원의 의료손실도 2019년 54억원에서 2022년 239억원으로 불어났다. 서울의료원도 2019년 288억원이던 의료손실이 2022년 815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공공의료기관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과는 달리 ‘빅5’ 등 민간 상급종합병원들의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빅5’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 의료이익이 551억원이었는데 2022년 169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이익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한 대가 등으로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이 큰 역할을 했다. 세브란스병원도 2019년 51억원이었던 의료이익이 2022년 684억원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 기간 공공의료기관과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양극화가 발생한 이유는 각 병원이 코로나 환자 치료에 투입한 자원의 규모가 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 당시 정부가 민간병원의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비와 장비비, 운영비, 인건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지만 정작 병상과 인력을 총동원한 공공의료기관에는 충분한 손실 보상이 돌아가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공공병원 적자 보전을 위한 역량강화 사업 예산으로 국비 513억5000만원을 배정했지만 공공의료기관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