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사진) OCI그룹 회장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가처분을 신청해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당초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발표 이후 “임종윤 사장은 경험과 연륜이 있는 만큼 다시 만나 통합 법인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사장 등이 17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회장은 21일 본지 기자와 나눈 e메일 문답에서 임 사장 등이 최근 진행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지금은 말레이시아 출장 중”이라며 “한국에 가서 많은 분들과 상의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일단 23일로 예정됐던 임 사장과의 회동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우리도 가처분 대상이니 (회동을) 마음대로 하기는 조금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그룹 통합 발표 직후 14일 임 사장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 회장은 “(임 사장은) 미래 기술에 굉장히 식견이 있어 나중에 기술 투자 등을 함께 관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23일 만남에서는 제가 우선 사고를 친 입장이니 마음을 풀어드리고 통합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누면서 수습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처분 소송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협상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일단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진 형국이다. 통합 법인에서 임 사장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각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찌 됐건 두 그룹의 통합 과정은 험로를 거치게 됐다”며 “2000년대 중반의 오양수산과 사조그룹 간 통합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