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들이 의대 정원 증원을 막기 위해 ‘단체행동’ 카드로 위협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전공의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이 8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의사 파업을 연상케 한다. 당시에도 전공의가 파업을 주도하고 대한의사협회가 가세하며 사태를 키웠다. 결국 정부는 의대 증원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대전협은 4년 전을 떠올리며 다시 파업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앞서 의사협회 측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면 최후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 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대전협 설문에는 총 55개 병원에서 전공의 4200명이 참여했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에는 서울 5대 대형 병원을 비롯해 500개 이상의 병상을 둔 27개 병원이 포함됐다.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에는 전국의 중증환자들이 몰린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면 의료 서비스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대전협의 파업 거론에 대해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와 소아과 오픈런에 내몰리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의사 수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당 2.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66명)에 비해 훨씬 모자란다. 특히 지방에서는 의사난이 심각해 충북 증평·단양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명을 밑돌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단 대전협 회장은 “정말 의사가 부족한지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해괴한 주장을 했다. 앞서 의사협회 측의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의 설명에 대해 ‘가스라이팅’ ‘통계 조작’이라는 궤변을 폈다. 의사 단체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 수가 적다는 주장까지 외면하고 국민을 협박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 등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설득에 나서되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행위를 하는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