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대풍공장. /사진 제공=오뚜기오뚜기(007310)와 오뚜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면사랑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뚜기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규모가 커진 면사랑에 대해 중기부가 생계형적합업종법을 명목으로 위법하게 거래중단 처분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면사랑은 오뚜기에 30년여간 면류를 공급해온 오뚜기의 친족 기업이다. 오뚜기는 면사랑과의 거래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거래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기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면사랑은 지난 15일 오 장관을 상대로 행종소송을 냈다. 사건의 발단은 중기부가 오뚜기와 면사랑의 기업간 거래를 중단하라는 처분을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생계형적합업종법에 따르면 국수·냉면 제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이 분야에서 사업을 새로 시작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면사랑은 3년 연속 매출이 15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4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됐다.
면사랑은 1993년 오뚜기에 국수를 납품하면서 시작된 면 전문 기업이다. 30여년 간 오뚜기에 면류를 공급해오며 성장해오며 면사랑의 매출도 함께 성장했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오뚜기와의 내부 거래 비중도 2005년까지 60% 이상이었지만 의존도를 낮추며 2022년 기준 약 15%로 줄었다.
오뚜기 면사랑 냉면 제품군. /사진 제공=오뚜기오뚜기는 면사랑과의 거래를 줄이는 대신,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을 신청했다. 현행 고시에 따르면 중소기업 OEM을 통한 국수 연간 생산·판매 출하량이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면 그 생산과 판매를 허용한다. 오뚜기 측은 면사랑과의 OEM 연간 출하 가능량을 기존 승인받은 최대 연간 출하량의 130%에서 110%로 줄이는 내용으로 승인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기부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면사랑과의 거래를 끊고 3개월 안으로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고 통보했다.
현재 오뚜기의 국수 OEM 업체는 4곳 정도다. 면사랑이 빠지더라도 다른 OEM 업체들을 통해 공급 물량을 맞출 수는 있지만 품질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당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라며 “수십년간 우수한 품질의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오던 거래처와 거래가 일시 중단될 경우 매출과 이익 감소, 업계 점유율 및 신용도 하락 등 중대한 손해를 입게 돼 이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최대 연간 OEM 출하량의 130% 이내 생산·판매 허용은 중견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OEM에 한한다”며 “중요한 건 면사랑이 더 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뚜기는 면사랑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3년의 유예기간 동안 대체 거래처를 찾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면사랑은 생계형적합업종법의 취지와는 별개로 현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법률적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면사랑 관계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자체에 면사랑이 반대 의견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법적인 판단을 구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