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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임채문, 韓 최초 런던심포니 종신단원

더블 베이시스트 임채문. 사진 제공=임채문더블 베이시스트 임채문. 사진 제공=임채문




“영국을 대표하며 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한 자리를 지키는 120년 역사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단원이 된 것이 감사하고 벅찹니다.”

더블 베이시스트 임채문(28)이 한국인 최초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종신단원으로 임명됐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LSO는 각자의 개성과 거대한 소리를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틀 안에서 공존하며 연주해야 한다. (수습기간 동안) 그 안에서 개성과 소리를 뽐내며 연주할 수 있어 늘 즐거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22일(현지 시간) LSO는 홈페이지를 통해 임채문이 오는 3월부터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인 LSO의 종신단원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이 LSO 종신단원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아시아 기준으로는 첫 더블베이스 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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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문은 지난해 2월 LSO 더블베이스 단원에 입단한 후 10개월 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종신단원의 문턱을 넘었다. LSO는 한국 등과 달리 수습기간을 정해두지 않는다. 그는 “시작 후 단 이틀 만에 끝난 사람도, 약 4년을 하다가 불합격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수습기간에 기약이 없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조금 힘들었고, 투어 연주 직전 무대 자리를 통보받아 연주한다는 점도 긴장됐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이끈 것은 한 단원이 건넸던 피드백이었다. “‘이곳은 모든 단원들이 수석급의 실력과 인성을 갖춰야 한다. 모두가 어느 자리에서나 수석처럼 연주해야 하고, 긴급한 상황엔 누구든 수석으로 투입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더 편하고 즐겁게 저의 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임채문은 LSO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2012년 울산예고에 재학 중이던 그는 LSO의 내한공연 소식을 듣고 직접 돈을 모아 서울에서 공연을 처음 관람했다. 그때 들었던 곡이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이다. 1893년 차이콥스키가 사망하기 전 9일 전 초연된 최후의 곡이기도 하다. “이제껏 봐왔던 연주와 다른 압도적인 사운드에 충격을 받았다”던 임채문은 지난해 12월 동일한 곡을 연주한 후 LSO의 수습기간을 통과하게 됐다.

울산 출신 임채문은 15세에 더블베이스 연주를 시작해 울산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독일 국립베를린예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쾰른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쳤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연수단원으로 활동했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객원 연주자를 맡았다.

더블 베이스에 대해 “가장 큰 현악기로서 연주자가 껴안듯이 연주를 하는 악기다. 거대한 악기에서 오는 직접적이고 따뜻한 울림은 그 어떤 악기와도 비교할 수 없다”면서 애정을 전한 임채문. 그와 함께 LSO는 오는 10월 음악감독 안토니오 파파노,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함께 한국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임채문은 “말러와 바르톡 등 LSO만이 들려드릴 수 있는 소리로 찾아올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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