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PF부실 직격탄…부동산운용 '빅3' 임직원 13년만에 줄었다

■3社 임직원 1000명 붕괴

코로나發 유동성 급증 호황 타고

4년 새 인력 2배 가량 늘렸지만

경기급랭에 이지스 매출 40% 감소

코람코도 반토막·영업익 적자 전환

팀해체로 이직…인원감소 커질듯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투자신탁 등 이른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빅3’의 합계 임직원 1000명 선이 붕괴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설립된 지난 2010년 이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의 임직원 수가 줄어든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장기화한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냉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화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업계에서는 PF 추가 부실 우려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단기에 반전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임직원 수의 슬림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이날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이날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이지스자산운용·마스턴투자운용·코람코자산신탁의 임직원은 총 996명이다. 같은 해 1분기(1016명) 처음으로 1000명대 벽을 넘은 지 불과 2개 분기 만에 다시 세자릿수대로 주저 앉았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 3사의 임직원 수는 이지스자산운용(옛 피에스자산운용)이 설립된 2010년(41명)부터 2022년(981명)까지 매해 증가했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감소 위기에 처했다.

3사 임직원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19년 이후다. 2019년 말만 하더라도 539명에 불과했던 3사 임직원은 2020년(675명), 2021년(827명), 2022년(981명) 등 불과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개별 회사로 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몸집이 급격히 커졌다. 2023년 3월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임직원은 485명으로 2019년(242명) 대비 2배 증가했다. 마스턴투자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은 같은 기간 각각 104명에서 252명으로 2.5배, 193명에서 279명으로 1.4배 늘어났다.
3사가 임직원을 급격히 늘렸던 배경엔 부동산 호황이 있다. 대체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0~1%대까지 낮추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주거와 상업용 가릴 것 없이 자금이 유입됐고 부동산 가격 급등, 개발 붐에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180도 바뀌었다.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이는 실적 악화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올 1~3분기 매출액은 171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9% 급감했다. 마스턴투자운용(564억 원·-30.1%), 코람코자산신탁(783억 원·-53.4%)도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 낙폭은 더 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4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9% 급감했고 마스턴투자운용(133억 원·-60.9%)도 3분의 1토막 났다. 코람코투자신탁은 124억 원 영업 손실로 지난해(799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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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 실적은 PF 부실이 본격화하면서 더 냉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3사는 강남·여의도·광화문 등 서울 도심 상업용 빌딩 매입, 운용과 부동산 PF를 주 먹거리로 삼아왔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연초부터 9월 말까지 서울 상업용 건물 거래액은 8조 806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조 6049억 원) 대비 55.1% 줄었다. 여기에 당국의 부실 부동산 PF 정리 작업으로 그동안 평가 손실에 그쳤던 피해가 실제 적자로 확정되고 있다.

3사를 떠나는 인력도 PF 관련 팀 소속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행하던 PF 사업이 중단하는 등 문제가 터져 팀 해체 등으로 퇴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중소형 자산운용사나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대체투자 부문 등 평소에는 험지로 평가받는 곳으로 이직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실력을 인정받은 임직원은 건설사의 개발 담당으로 직을 옮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 하락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3사의 임직원 감소 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임직원 현황은 발표 전이지만 임직원 감소폭은 앞선 분기보다 더 크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PF 관련 팀 통폐합, 인력 감축 현상은 지난해 4분기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의 투자은행(IB) 부문 영업직은 사실상 100% 계약직으로, 사업 실적에 따른 인원 감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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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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