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서 인수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US스틸 인수를 둘러싼 정치권 및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 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해당 인수를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 3000억 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미국 운송노조(팀스터즈)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US스틸이 일본에 인수되고 있다. 끔찍한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딜을) 즉시 차단할 것이다. 고용을 국내로 되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인수를 선거 쟁점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US스틸 경영진은 이번 주 안에 미 정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인수 인가를 받기 위한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CFIUS는 자국 기업이 외국에 매각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검토를 거쳐 대통령에게 시정 조치 혹은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심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철강노조(USW)를 비롯해 US스틸 공장이 있는 지역구의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거센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를 쟁점화하는 등 정치 이슈로 비화했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미국 자본 소유의 철강 업체를 유지하는 게 공급망 유지에 중요하며 일본제철이 US스틸의 일자리와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필 US스틸 공장이 있는 중서부 미시간주,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모두 대선 경합주다.
WP는 이번 딜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에게 불편한 질문을 안긴다”고 지적했다. 산업 정책 면에서는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지지 기반인 노조가 등을 돌려 주요 경합주에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대선 전까지 CFIUS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거나 미국 고용 및 생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직 CFIUS 고위 관리는 닛케이에 “대선 이후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 정부 관계자들이 해당 안건의 결과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