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팬데믹 이후 확산한 재택 · 원격근무와 같은 ‘텔레워크’ 수요를 겨냥해 해외 인재들이 일본에 머물기 쉬운 새로운 ‘재류(在留) 자격’을 신설한다. 6개월간 일본에 머물며 관광·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전용 제도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이하 입관청)은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들이 일본에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전용 재류 자격을 새로 만들어 늦어도 3월 말 전에는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해진 공간으로 출근하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인터넷 연결을 통해 업무를 이어가는 일명 ‘디지털 노마드’를 겨냥한 조치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텔레워크가 확산하면서 해외에 머물며 회사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행이 재개된 뒤에도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디지털 노마드족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 관광 수입은 물론 고도 외국 인재 유입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입관청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해외 컨설팅 회사 종사자와 경영자, 해외 기업으로부터 광고 수입을 얻는 유튜버 등의 신설 자격 이용을 상정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의 단기 재류 자격은 관광객이 받는 최장 90일짜리가 대부분이며 이는 취업·노동이 불가능하다. 입관청은 ▶연수 1000만 엔(약 9000만 원) 이상 ▶일본 무비자 50개 국가·지역 국민 ▶민간의료보험 가입 등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재류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개인 사업주는 해외 사업을 하는 경우 등에 한해 인정되고,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된 가족 동반도 허가한다.
디지털 노마드가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다른 나라에도 구축돼 있다. 태국에는 학력이나 소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5년, 스페인에는 1년 이상 체재할 수 있는 전용 자격이 있고, 영국과 독일, 대만 등도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