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국민의힘이 오래 해묵었다 아이가. 두 번 이상 해묵은 국회의원들은 모두 떨궈야 해.”
8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 모(69) 씨는 ‘대구 토박이’로 평생 보수정당만 찍어왔다면서도 “그러면 뭐하나. 변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4·10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찾은 대구에서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국민의힘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듣기 힘들었다. 대구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12곳의 지역구를 모두 국민의힘에 안겨준 곳이다. 냉담한 반응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구·경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5%)를 앞질렀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민심 불만이 고스란히 집권 여당을 향한 부정적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유선미(58) 씨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니 요새는 잘 모르겠다”면서 “특히 김 여사 문제의 경우 일찌감치 사과하고 끝냈으면 됐을 텐데 괜히 덮어놓고 있다가 일을 더 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팍팍한 살림살이도 불만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재용(71) 씨는 “외교나 국방은 괜찮다고 보는데 결국 문제는 경제”라며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국민들은 등 돌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보수정당을 향한 총선 표심은 여전히 견고한 분위기다. 최근 교직을 은퇴한 고정조(62) 씨는 “대구 사람들은 국민의힘이 싫더라도 자존심이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이 보수 유권자들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경북대에서 만난 직장인 권영신(35) 씨는 “기존 보수 정치인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청년층에서는 적지 않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70대 김 모 씨는 “이준석은 당을 버리고 나간 배신자”라며 “대구에서는 무조건 안 찍어줄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은 신중한 편이다. 30년 넘게 보수정당만 지지해온 서숙희(61) 씨는 “지금은 잘하는데 나중에 대통령감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고 동성로에서 만난 강모(52) 씨는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