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차기 회장으로 내부 출신인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이 8일 내정된 것은 장 전 사장이 포스코의 주력인 철강과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두루 경험해본 경력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친화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장 전 사장이 이른바 ‘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으로 포스코에서 불거진 내홍을 수습하는 데 적임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내부 출신을 선임하면서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안정’을 택했다는 것이다.
장 전 사장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 6명 가운데 ‘철강통’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러나 철강뿐 아니라 신산업 관련 요직 역시 두루 맡으면서 철강과 신산업 두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포스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장 전 사장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구조연구소장과 포스코 신사업실장, 철강마케팅솔루션실장,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및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한 철강 및 신사업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장 전 사장은 2018년 포스코의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으로 신사업과 마케팅에 주력하고 해외 철강 네트워크를 쌓는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한 바 있다.
장 전 사장은 또 인공지능(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포스코가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는 과정을 주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 핵심인 철강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신사업을 재편하며 (포스코그룹의)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장 전 사장 발탁 배경에 포스코가 처한 경영 환경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77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 이상 줄어든 3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외 시황 악화에 따라 철강 가격이 하락하고 친환경 미래 소재 부문 실적 또한 저조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을 고려해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개선과 새 먹거리 탐색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차기 리더십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극심한 내홍을 수습하는 것도 장 전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최종 후보 6명의 명단이 발표된 직후인 2일 ‘최정우 현 회장이 후추위 업무에 개입했다’며 최 회장과 박희재 후추위원장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포스코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캐나다·중국에서 ‘호화 해외 이사회’를 열었다며 지난달 최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원을 고발한 데 이어 추가 고발을 한 것이다.
또 포스코 노조는 6일 “‘사법 리스크’와 구설수 속에서도 노조를 배제하고 ‘깜깜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후추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후추위 자체가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지적한 것이다.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이 고발과 내홍으로 얼룩진 셈이다. 포스코 측은 “장 전 사장은 사측 대표로 활동하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의 행보를 보였다”며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넉넉한 성품으로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로 평가 받았다”고 했다. 이어 2021년 주총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여전히 경영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후추위가 포스코의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데는 포스코 출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이 내정됐음에도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추위를 포함한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만큼 후추위의 결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