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씬' 시리즈를 연출한 윤현준 PD가 7년 만에 '크라임씬 리턴즈'를 선보였다. 팬들은 7년의 기다림 끝에 새로운 시리즈를 만났고, 더 넓어진 세계관과 촘촘한 디테일에 열광했다. 그 안에는 윤 PD의 1년에 걸친 노력이 담겨 있다.
윤 PD는 1997년 KBS에 입사해 '해피투게더', '상상 더하기', '김승우의 승승장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후 2011년 JTBC로 이적해 '크라임씬' 시리즈, '비정상회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효리네 민박', '캠핑클럽', '싱어게인' 시리즈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2020년에는 JTBC 스튜디오 산하 제작사 스튜디오슬램을 설립해 대표로 활약 중이다.
티빙 예능 '크라임씬 리턴즈'는 용의자와 탐정이 된 참가자들이 그들 가운데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내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이다. 지난 2014년 JTBC에서 첫 방송됐으며, 2017년 '크라임씬3'를 끝으로 잠시 시청자 곁을 떠났다. 이후 마니아층의 꾸준한 성원에 힘입어 7년 만에 티빙으로 무대를 옮겨 돌아오게 됐다. 전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끈 방송인 박지윤, 장진 감독, 방송인 장동민이 중심을 잡고 새 출연진으로 그룹 샤이니 키, 그룹 아이브 안유진, 배우 주현영이 투입됐다.
'크라임씬'은 특성상 시청자들이 방송 초반부터 몰입감 있게 따라가야 이해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중간부터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크라임씬3'는 방송 당시 1%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윤 PD는 "1%의 사람들이 봐주는 것도 신기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크라임씬'은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을 모았고, 시청자들은 댓글 등으로 감상을 나누며 '크라임씬'을 톡톡히 즐겼다.
"프로그램을 끝나고 본 사람이 많았고, 여러 번 보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별 일이 다 있네' 싶긴 했어요. 그러나 그때도 다시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OTT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수많은 제안을 받았어요. 그냥 프로그램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좋은 제안이기에 용기를 낸 거죠."
OTT로 무대를 옮긴 만큼, 스케일은 커졌다. 제작비가 회당 4~5배가 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부터 스케일을 키워보고 싶었던 윤 PD에게 좋은 제안이었다. 그는 "방송 당시에는 지금에 비해 상황이 열악했기에 돈이 없었고, 사정들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제작비가 높아지니 세트 자체부터 넓어졌다"며 "더미와 소품들도 좋아졌다"고 떠올렸다.
'크라임씬'의 아는 맛인 얼개와 치밀함은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크라임씬'은 어느 한 곳에서 퍼즐이 맞지 않으면, 이야기 자체가 꼬여버린다.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 스토리를 만들고 단서를 심으면, 출연진이 각 캐릭터에 몰입해 이를 풀어가는 게 '크라임씬'의 아는 맛이다. OTT로 옮기면서 러닝타임이 늘어났고, 아는 맛을 구현하기 좋아졌다. 방송이 60~120분이라면, OTT는 130분 정도다. 내용의 깊이도 깊어졌다.
캐스팅은 기존 멤버 3인에 새로운 멤버 3인으로 꾸려졌다. 캐스팅 부분이 윤 PD가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지점이었다. 기획 초반에는 '쉽게 전부 기존 멤버로 하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전과 완전히 똑같이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렵지만, 새로움과 다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첫 번째가 캐스팅이었다.
"박지윤은 아나운서면서 거친 연기자예요. 상황을 정리할 수 있고, 막장 연기까지 가능했죠. 장진 감독의 추리를 보는 맛으로 '크라임씬'을 보는 사라도 있기에 두 분은 당연히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의 필요성이 떨어진 건 아니었어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하니와 홍진호도 정말 좋잖아요. 아울러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민했고, 의견이 갈렸지만 장동민으로 결정했습니다."
"새 멤버들 캐스팅도 이루어졌어요. 안유진은 '지구오락실'을 보면서 눈여겨 봤던 친구예요. 어리지만 당차고 똘똘하죠. 제가 하고 싶다고 같이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니잖아요. 워낙 스케줄이 살인적이라 일찍부터 얘기해서 스케줄을 조정했습니다. 주현영을 정말 탐났어요. '크라임씬'은 캐릭터에 녹아서 연기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키는 작가들이 처음부터 얘기했던 후보예요. '놀라운 토요일'을 보면 재치도 있고 머리도 좋고, 무언가를 잘 맞추잖아요. 모든 걸 다 맡길 수 있어서 캐스팅했어요."
이렇게 완성된 '크라임씬 리턴즈'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상황이다. 비행기 살인사건과 고시원 살인사건 편 모두 호평을 받았다. 프로그램 공개 전 인터뷰에서 두려움을 호소한 윤 PD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윤 PD는 "'7년 만에 돌아왔는데 뭐야?'라는 반응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7년 반에 돌아왔다고 해서 용 빼는 제주는 없고, 엄청 획기적일 수 없다"며 "'다음 시즌을 기대해 봐도 되겠는데?'라는 반응을 얻고 싶다. 고생했는데 이런 반응이라면 또 최선을 다해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