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근로자·사측 힘 합쳐야 시니어 활약한다…모범사례 만든 현대엘리베이터

<2024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③현대엘리베이터

기술교육원 장혜준 전문교수 "꾸준한 계발 필요"

정년퇴직자 현재 20여명 재고용…경력직 채용도

중장년 고용 선택 아닌 필수 "평가 체계 보완해야"


※편집자 주 -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을 통해 다양한 기업과 업종의 중장년 인력활용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각기 다른 업종에 속한, 조직문화도 각각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계속고용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이미 산업 현장에는 각자의 체질에 맞춰 계속고용의 틀을 만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 중인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경제신문 라이프점프는 모범적인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우수 사례가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2024 일자리 열차는 계속 달린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사진=-현대엘리베이터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기술교육원의 장혜준(사진) 전문교수는 10년째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013년 정년퇴직 후 현재까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장 교수는 “은퇴하고 계속 근무하는 분들은 여전히 건강하고 사회적 관계도 좋은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빠르게 노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도 복받았다 생각하는 만큼 자기계발에도 매진해왔고, 이런 면이 후배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문성 갈고닦으려 교육학 학위 취득


그는 1985년 현대엘리베이터에 입사해 설치기술, 설치검사, 해외 기술지원 등의 업무를 맡아왔다. 특히 경험과 기술 확보 차원에서 엔지니어들을 해외로 계속 내보내던 시절이었다.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의 주재원 생활은 언뜻 화려하게 들리기 마련이지만 외로웠다. 현지 전신국을 찾아가 신청하고 대기한 후에야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시기를 지나 아직 한창인 나이에 정년(당시는 57세)이 다가왔다. 마침 현대엘리베이터 내부적으로 기술교육원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장 교수가 적임자로 지목됐다. 정년을 맞자마자 바로 기술교육원에 몸담게 된 것이다. 기술교육원 개관식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전사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틀을 잡았으니 이제 교육 커리큘럼을 업그레이드할 차례였다. 다행히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문가들이 기술교육원에 합류했다. 장 교수 스스로도 ‘교수’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도록 교육학·교육심리학 학위도 땄다. 교재와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정년 후 재고용 확대 기대…경력직 채용도 늘어



현대엘리베이터에는 장 교수처럼 정년퇴직 연령이 지난 후에도 전문성을 발휘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정년 후 재고용 제도로 근무를 이어가는 인원이 현재 20명 가량이다. 지난해 퇴직자 3명도 모두 촉탁직으로 전환해 근무 중이다. 재고용시 임금 수준은 통상 임금의 60%이며 복리후생은 정년퇴직 전과 동일하다. 엘리베이터 산업 역시 안전이 최우선인 업종인 만큼 오랜 경험과 안전 의식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2021~2023년 전체 경력직 채용 인원 중 중장년이 약 12%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분당선 유지관리 현장. /사진=-현대엘리베이터현대엘리베이터의 신분당선 유지관리 현장.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현재 최대 3년이다. 그러나 어느 기업이든 그렇듯, 인구 구조 및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빠른 변화를 위해 장 교수는 중장년 근로자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교육원에서 젊은 직원, 중장년 직원을 다양하게 마주치는 그는 “신입 사원들은 스폰지처럼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지만 경력 있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학습 효과가 크지 않다”고 비교했다. 지식도, 경험도 젊은 직원들보다 한 수 위지만 “변화하는 기술을 더이상 학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정년이 임박해서야 위기감을 느끼지만, 기술의 특성상 단기간에 역량을 키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장 교수는 “중장년들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우위가 보통 1, 2년이면 조직에 흡수되기 때문에 더이상의 발전이 없으면 계약 연장이 어렵다”며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평소 꾸준히 자기 계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문성 살린 ‘엘리베이터 교과서’로 지역 교육 기여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


물론 근로자들의 노력만으로 바뀔 수는 없다. 장 교수는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들을 보다 정확히 평가할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성, 연령, 임금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해 이들에게 적합한 직무로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문 지식과 숙련 기술이 필요한 직무라면 장년 근로자의 직무수행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전문직으로 임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중장년 근로자 고용은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장 교수는 최근 충주공고 학생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기술’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 교과서는 지난달 충북도교육청의 인정 교과서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충주공고 교과서로 쓰일 예정이다. 장 교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천에서 충주로 옮기면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컸고, 특히 충주공고 전기과의 유진옥 선생님이 특히 열정적으로 연락을 해오셨다”며 “기술교육원에서 쓰는 교재를 보강·수정해 집필하고 머리글까지 쓰게 돼 저로서는 큰 명예”라고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기술교육원은 충주공고 학생들을 초빙해 현장에서 강의하는 등 지역 연계 교육도 검토 중이다. 베테랑의 전문성이 미래의 후배들을 이끄는 이상적인 사례인 셈이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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