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환경성이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방사능 오염 제거에 사용된 제염토를 도로 공사에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045년 3월까지 후쿠시마현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제염토를 최종 처분한다는 목표하에 올해 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내년 이후 후보지를 둘러싼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재이용을 둘러싼 다른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 사업 추진은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환경성은 지난 7일 후쿠시마현 오쿠마(大熊) 마을에서 진행 중인 제염토를 이용한 도로 공사 실증 사업을 언론에 공개했다. 중간 저장시설에 있던 제염토를 일부 가져와 차도와 보도를 정비했다. 환경성은 현재 주변 공간의 방사선량을 측정 중이며 앞으로 차량 주행 실험을 통해 내구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환경성 관계자는 “시공 전후 주변의 공간선량률(단위 시간당 방사선량)은 변하지 않았다”며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알아 달라”고 전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제염토는 도쿄돔 11개에 달하는 규모인 1400만㎥에 달한다. 인근 귀환 곤란 지역 제염 작업까지 더하면 전체 양은 더 늘어난다. 제염토는 사고 원전 인근에 중간 저장시설을 만들어 보관 중인데, 일본 정부는 이를 2045년 3월 이후 후쿠시마 이외 지역으로 옮겨 최종 처분하기로 했다.
최종 처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경성이 추진하는 것이 공공 공사에서의 재이용이다. 방사성 물질 농도가 비교적 낮은 제염토를 도로 정비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오쿠마 마을의 실증 사업 역시 이 계획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오염된 흙’, ‘방사능 물질’이라는 주민들의 거부감에 재이용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 공사 실증 사업은 오쿠마 마을 이외에서는 후쿠시마현 이타테 촌(村) 한 곳뿐이다. 앞서 도쿄 유명 관광지인 신주쿠교엔에 10톤의 제염토를 가져다 묻고, 그 위에 다른 흙을 덮어 화단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주민 이해를 얻지 못해 진척이 없다. 환경성은 지난 2022년 12월 이 계획과 관련해 신주쿠 교엔 인근 주민들을 모아 설명회를 열었는데, 당시 “왜 갑자기 여기냐”, “안전하다고는 해도 믿어도 되는 것인가”, “후쿠시마에는 미안하지만, 오염되지 않은 지역에 일부러 (제염토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 등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당시 환경성에서 “화단은 다른 흙으로 (제염토를) 덮기 때문에 주변의 공간 방사선량에 대한 영향은 제한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일본 정부는 2045년까지 제염토를 후쿠시마 밖 지역에서 최종 처분하는 것을 법으로 정해뒀다. 이에 환경성은 올해 최종 처분장의 구조나 필요 면적 등에 대한 일정 등을 제시하는 한편, 기술적인 검토를 끝마칠 계획이다. 재이용을 비롯한 최종 처분 후보지에 대한 논의는 내년 본격화할 예정으로 아직 ‘타 지역 처분 계획’을 모르는 국민도 많아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환경성이 지난해 인터넷에서 실시한 ‘제염토 후쿠시마현 외 처분’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는 답변은 후쿠시마에서는 58.1%인 반면, 타 지역에서는 25.4%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용 지자체에 탄소 크레딧 부여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