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24년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K팝 그룹들의 새해 인사 영상에 설날(Seollal)을 영문 표기법 그대로 적었는데, 중국 네티즌들이 발끈했다. 왜 굳이 '한국 설날'이라고 표기했냐며, '보이콧'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등에는 '한국이 중국 설을 훔친다'는 해시태그가 담긴 게시물이 쏟아졌고, "중국 설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중국 설' 이미지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설날'을 '설날'이라고 적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박물관 측은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한국 전통 공연 홍보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음악과 무용 공연, 한국관 큐레이터 설명 등의 행사를 열면서 이를 홍보하기 위해 행사 제목을 'Seollal'(설날)이라고 하고, 본문에는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이라고 설명한 것에 중국 네티즌들이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중국 네티즌은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치는 걸 명성 높은 박물관이 돕고 있다거나, 앞으로 '메리 코리아 크리스마스'라고 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답글도 있었다.
매기 잉 지앙(Maggie Ying Jiang) 서호주대학교 부교수는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갈등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 간의 문화적 정체성 갈등과 현재 지정학적 환경에서 나온다고 짚었다.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음력설’을 강조하는 것은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홍보하려는 노력이라는 주장이다.
또 최근 몇 년간 정치적 갈등, 경제 보복, 팬데믹 기간 동안의 여행 제한 조치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 되었다는 점과,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한 것 역시 이러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도 덧붙혔다.
‘음력 설’ 표기 확산 캠페인을 진행중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3일 소셜 미디어에서 유럽 축구 구단들이 '중국 설'로 표기한 점에 대해 비판하며 해당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서 교수는 “음력설'(Lunar New Year)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다.”라며 “중국만의 명절인양 '중국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하는 것은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또 설냘을 ‘중국 설’로 표기한 유럽 구단에 '음력설' 표기에 대한 정당성을 알리는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설 명칭과 관련된 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