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 '상속 분쟁' 걱정한 원로들…"인화 이어져야 그룹 미래 있다"

■'LG 창업공신' 변규칠 전 고문 빈소서 쏟아낸 탄식

송사 탓 경영 위축 우려 커져

“그룹 전통까지 무너져선 안 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태극기와 LG 깃발이 함께 걸려 있다. 연합뉴스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 태극기와 LG 깃발이 함께 걸려 있다. 연합뉴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장남이자 글로벌 LG의 기반을 닦은 구자경 LG그룹 2대 회장에게는 평생의 참모이자 동반자가 있었다. 10일 향년 88세로 별세한 변규칠 전 LG그룹 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설 연휴 기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구광모 LG 회장과 구본준 LX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구자용 E1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비롯해 LG그룹의 원로급 경영진이 모여 고인의 유지를 기렸다.

변 전 고문은 LG상사 사장, LG그룹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구자경 명예회장과 함께 호남정유 설립, 럭키금성 경영 쇄신을 주도했고 구 명예회장이 71세의 나이에 현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후부터는 구본무 선대회장을 도와 원활한 경영 승계를 이끌었다. 한마디로 LG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남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조용한 일 처리로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다고 한다. LG의 한 관계자는 14일 “LG그룹의 경영 이념인 인화(人和)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변규칠 전 LG고문변규칠 전 LG고문



공교롭게도 변 전 고문 빈소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도 ‘인화’였다는 게 빈소에 참석한 전현직 LG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LG그룹 상속분쟁이 LG의 오랜 전통까지 무너트리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원로들의 우려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는 지난해 2월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재산 상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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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 직접 참석한 조석제 LG 고문은 “변 전 고문은 럭키금성그룹의 반석을 닦은 사실상 창업 공신”이라며 “최근 진행 중인 상속 분쟁에 대해서도 가장 안타까워하셨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광모 회장이 송사에 휘말려 LG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고문은 과거 지주회사 LG의 초대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LG화학의 CFO를 역임했던 LG 역사의 산증인이다. LG가 수십년간 투자해온 배터리·전장 등 미래 사업이 이제야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시작했는데 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성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한국시리즈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한국시리즈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LG 내부에서도 이번 소송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물론 재산권 행사는 개인의 기본 권리이지만 자신들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주식담보대출이 자신들도 모르게 이뤄졌다고 해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LG 측은 재판 과정을 통해 상속 과정과 그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LG의 ‘장자상속’ 원칙에 대해서도 성(姓)이 다른 대가족 간 동업으로 태어난 기업의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LG의 특수관계인은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30명에 이르는데 이들이 모두 동등하게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회사 미래에 적합하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원로의 장례까지 직접 챙기는 것은 전문경영인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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