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 후배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불화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손흥민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4일 "대회 기간 중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며 "물리적인 (주먹 다툼) 수준의 충돌까진 아니었고, 손흥민이 (선수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가락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영국 매체 더선 보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건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다.
대표팀에서 경기 전날 저녁은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팀'임을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이날 이강인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다. 그러고는 탁구를 치러 갔다.
살짝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손흥민이 피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고 말았다. 실제로 손흥민은 요르단전에서 오른쪽 검지와 중지에 흰색 테이핑을 한 채 출전했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날 경기에서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강인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손흥민 형과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일자 온라인상에서는 과거 선수들의 인터뷰 발언 등이 재조명됐다.
가장 먼저 언급된 건 이강인에 대한 다른 선수들의 평가다. 이강인의 불손한 언행이 불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 주장에 힘을 싣는 내용들이다. 이를 보면, 2019년 6월 ‘U-20 대표 K리거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FC서울 소속이었던 조영욱 선수는 “강인이가 가끔 선을 살짝살짝 넘을 때가 있다”고 했다. 당시 광주FC에서 뛰던 엄원상도 같은 인터뷰에서 “밥을 조용히 먹고 있는데 강인이가 내가 시끄럽게 떠든 줄 알고 갑자기 ‘말하지마. 아, 열받네’라고 해서 순간 당황했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손흥민은 "감독님이 생각이 있으셨을 것"이라며 "모든 집중이 강인이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이 요르단전 패배 후 남긴 글도 다시 주목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7일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패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 대표팀이 동그랗게 모여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올리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팀이 되어야 한다"는 글을 적었다.
해당 글은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팀 내 불화설 보도 이후 이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의 불화를 알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이 요르단전 패배 뒤 인스타그램에 “꿈을 이루기 위해선 팀이 단합해야 한다”는 글로 팀 내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린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