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국방부는 병사들의 심리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파병된 전투 병사의 15%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심각한 불안과 우울감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 인구의 6%가 PTSD를 겪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병사들의 치료 예산 확보는 물론 앞으로 미 국방 전략의 방향성을 수정하느냐 여부도 달려 있는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특별 보좌관으로 베테랑 여군이었던 질 체임버스 대령을 임명했다. 그가 찾은 곳은 긍정심리학 분야 권위자인 마틴 셀리그만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자택이었다. 조언을 구하는 그에게 셀리그만 교수는 다른 숫자를 꺼냈다. “전투 과정을 거치고도 PTSD를 얻지 않고 돌아온 85%의 병사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85% 병사들의 대다수는 외상을 입고 오히려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목적의식이 더 뚜렷해지고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능력을 비롯해 여러 애로사항에 대처하는 능력이 커진 것이다. 셀리그만 교수의 처방은 이랬다. 외상 상황을 마주하기 전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무기를 줘야 한다는 것. 이후 15년에 걸쳐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정신건강 전문의이자 정신건강 스타트업 베터업의 최고책임자인 가브리엘라 로젠 켈러만과 함께 해답을 내놨다. 무기는 예측력(Prospection)·회복탄력성(Resilience)·혁신(Innovation)·교감(Social support)·의미(Meaning) 등 다섯 가지로 책 전반을 관통하는 ‘프리즘(PRISM)’의 법칙이다.
일의 성격 변화로 인해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은 이미 전쟁급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에 깊숙히 들어오면서 ‘풍요 속 해고’가 빗발치고 있다. 세계경제 포럼에 따르면 2018년에는 전체 노동 업무의 29%를 기계가 수행했다면 2025년에는 이를 50%까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개개인이 가진 기술의 가치도 빠르게 변화한다. 미래학자 존 실리 브라운은 15년 전만 해도 특정 기술이 도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5년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들어 이 기간을 18개월로 낮췄다. 이러한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일을 두고 ‘급류에서 카약을 타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원제는 내일을 위한 마음가짐(Tomorrowmind). 내일이 불안정하고 매번 급류에서 카약을 타는 상황에서 저자들이 꼽는 1순위 능력은 예측력이다. 저자들이 2021년 15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예측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낙관주의 , 자기 효능감, 회복탄력성이 더 커지고 불안과 우울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전에는 큰 회사나 국가 조직에서 필요했던 예측력이 개인 단위로도 중요해진 것이다. 예측력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과거와 현재에서 영양소를 추출한 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 독소 등을 배설하는 것. 저자는 예측력을 키우기 위해 예상과 결과 사이에서 계획을 결정하는 ‘그로우(Grow)’ 모델도 소개한다.
예측력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의 파괴력도 크다. 8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메타(옛 페이스북)의 대중적 신뢰도를 땅에 떨어뜨린 사건이 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의 시작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연결성을 높여주기 위해 데이터를 추적하는 오픈 그래프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는 ‘우리가 웹에서 한 일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제품’이라고 단언했지만 데이터 활용 방향에 대한 예측력은 부족했다. 결국 7억2500만 달러(약 9600억원)의 합의금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신뢰 상실을 대가로 치뤄야 했다.
저자들은 혁신의 가장 큰 덕목으로는 창의성을 들었다. 일상 속에서 창의성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 교우 관계를 넓히고 검색의 범위를 넓힐 것. 평소와 다른 경로로 어딘가를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직 자체에서 특정 부서에만 ‘창의’라고 이름을 붙이는 대신 개개인의 직원들을 창의 인재로 대우하면 조직 단위의 창의력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