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금기어'의 굴레를 벗고, '미래 먹거리'로 뜨는 현대차 수소… [biz-플러스]

모비스 수소연료전지 사업 인수한 현대차

한 때는 사업 부진에 내부서 '금기어' 인식

정의선 "수소는 후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

그룹 먹여 살릴 미래 먹거리로 다시 주목

생산·저장 및 운송·활용까지 밸류체인 구축

현대차가 2018년 첫 공개한 수소 전기차 넥쏘. 현대차는 내년 중에 넥쏘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가 2018년 첫 공개한 수소 전기차 넥쏘. 현대차는 내년 중에 넥쏘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세계 수소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도 직접 생산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그동안 현대모비스(012330)가 생산을 맡아왔다. 현대차(005380)는 현대모비스로부터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가져와 수소차 부문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도 힘을 보탤 방침이다.



현대차에게 수소는 한 때 ‘금기어’로 통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비싼 차량 가격 탓에 사업은 기대만큼 속도가 나질 않았고, 이전 정부의 정책 아젠다라는 굴레까지 뒤집어 쓰며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후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할 만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생산 이원화 비효율 해소…수소차 리더십 강화


장재훈(가운데) 현대차 사장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현대차의 수소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장재훈(가운데) 현대차 사장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현대차의 수소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지난 16일 현대모비스와 국내 수소연료전지 사업 일체를 217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관련된 설비·자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 및 생산∙품질 인력 등을 함께 인수해 사업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R&D는 현대차가, 제품 생산은 현대모비스가 각각 맡는 구조로 운영돼왔다. 현대모비스가 충주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해 현대차 울산·전주 공장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원화로 수소전기차의 R&D와 제품 생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전기차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전기차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는 이번 인수로 수소연료전지의 연구개발과 생산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승용차·트럭·버스로 이어지는 수소 모빌리티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수소차 넥쏘와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버스 일렉시티를 울산과 전주 공장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수소차의 핵심인 수소연료전지는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에서 공급받았다. 현대차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수소연료전지의 연구개발과 생산이 일원화됨에 따라 수소차 라인업의 제품 경쟁력을 더 높일 방침이다. 당장 2018년 첫 출시 이후 후속 모델을 내놓지 않았던 넥쏘의 신형 모델을 2025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보폭을 넓히고 있는 수소 상용차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고속형 대형버스급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출시한데 이어 5월에는 북미 지역에 특화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 수서전기트럭 트랙터’를 미국 시장에 공개했다. 이 뿐만 아니다. 10월에는 이탈리아 이베코그룹과 현지 시내버스인 이베코버스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전기 시내버스인 ‘E-WAY H2’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정의선 “수소는 후대를 위한 준비”…수소는 ‘금기어’ 아닌 미래 먹거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CES 2024’ 언론 발표회가 끝난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CES 2024’ 언론 발표회가 끝난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수소는 저희 대(代)가 아니고 저희 후대를 위해 준비해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수소차 생태계가 비용과 연료전지 개발 등의 문제로 전기차나 하이드리드차만큼 확산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현대차그룹이 미래 세대를 위해 장기적으로 수소 사업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수소(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다”며 “속도는 여러 가지 부침이 있지만 과감하게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의 최강자다. 1998년 연료전지 연구 초기부터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고 2013년에는 투싼 ix35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을 시작했다. 25년 넘게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현재는 수소 승용차와 버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는 한 때 현대차그룹에서 ‘금기어’로 통했다. 수소경제가 이전 정부의 정책 아젠다였던데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비싼 차량 가격까지 더해지며 고전해왔기 때문이다. 당초 수소차 연구 개발을 담당해왔던 조직에서 회장에게 보고했던 수소차 개발 일정과 시장 전망이 현실과 달라 담당 임원이 문책성으로 교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수소는 다시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CES 2024로 떠나기 전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회에서도 수소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인류와 함께 지속 성장하기 위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수소 생태계를 신속히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저장 및 운송·활용까지…수소 밸류체인이 ‘미래 먹거리’




현대차도 수소연료전지 사업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인수 목적 중 하나로 수소 생태계 가속화를 언급했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수소전기차를 만드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 품질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수소전기차 이외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발전·트램·항만, 선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에도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인수로 현대차그룹의 수소생태계 구축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1월 CES 2024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사업 인수 역시 이 같은 수소밸류체인 구축의 일환이다.

그룹 계열사들과 협업하는 ‘수소 사업 툴박스’가 대표적이다. 수소 사업 툴박스는 수소 생산부터 공급까지의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부품 적용,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물류 시스템 도입, 수소전기차 판매 등을 아우르며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소 사업 모델이다. 수소생태계를 생산과 저장·운송, 활용 등 세 단계로 구분해 각 계열사들이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수소 생산은 현대건설, 현대로템이 보유한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인 W2H 공정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수전해 기술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고도화해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저장과 운송은 현대글로비스 맡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수소 물류·유통 역량을 기반으로 다가올 수소 사회를 대비하고 있다.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해 운반 방식에 나선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생태계 핵심인 연료전지 시스템의 일원화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를 혁신하고 이를 통해 수소사회를 가속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