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조세감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세수결손·재정건전성 악화에도

총선 앞둔 선심성 정책 줄이어

감세로 경제성장 이끈 美처럼

법인세·소득세 등에 집중해야





연초부터 각종 조세 감면에 대한 뉴스가 지면을 뒤덮고 있다.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최근 4주간 차례로 발의되면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이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경기로 인한 세수 결손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조세 감면 등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과도한 조세 부담으로 기업투자가 줄고 경기가 부진했으며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가 둔화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로 조세 감면을 통한 투자 활성화, 내수 진작의 효과를 기대한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경제 상황에서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체질 개선 및 효율성 제고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감세정책만으로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으로부터의 단기 차입, 재정증권 발행 등으로 재정적자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의 가속화는 결국 국채 발행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수 결손은 56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경기 둔화로 인한 법인세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양도소득세 감소 등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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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조세 감면 영향으로 세수 결손은 더욱 확대됐다. 유류세 인하 등으로 교통세가 3000억 원 줄었으며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로 종합부동산세도 2조 2000억 원이 감소했고 수입 축소로 부가가치세와 관세는 각각 7조 9000억 원, 3조 원이나 깎였다. 이번에 발의된 조세 감면이 실행된다면 금투세 폐지로 연 1조 5000억 원, 증권거래세 인하로 5년간 10조 원을 비롯해 막대한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는 한층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서 감세정책으로 효과를 본 미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은 조세 부담의 가장 핵심인 법인세와 소득세·최저한세율 등에 집중됐다.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만이 미국 경제 호경기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다만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현재까지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추진하는 상속증여세·금투세·증권거래세의 감세정책, 결혼 자금 공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이 과연 법인세나 소득세 감면보다 경제적 효과가 큰지에 대해 충분한 연구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아니다. 또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나아가 세수 결손을 심화시켜 재정 건전성을 더욱 저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조세 감면으로 인한 정책 효과가 불투명한데도 선거를 앞두고 인기몰이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미 감면한 조세를 재차 되돌릴 경우 정책의 일관성 감소로 조세 저항이 거세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수 있으며, 부족한 재정으로 반드시 투자 및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재정을 집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과연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로 소비 진작 및 기업 활력을 촉진해 투자 활성화를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된다. 즉 다수의 경제주체가 아닌 일부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경제 활성화 효과가 작은 비효율적인 선심성 정책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

감세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분배의 형평성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감세정책도 조세 부담의 핵심인 법인세와 소득세·최저한세율 등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 소득 형평성 제고 및 재정 건전성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우리 재정의 시급한 과제는 최근 추진하고자 하는 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의 조세 감면이 아니라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를 중심으로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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