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텔, 1.8나노 올해 진입… '내년 2나노' 삼성·TSMC 위협


인텔이 당초 2025년을 겨냥하던 1.8나노급(18A) 반도체 양산 시점을 올해 말로 당겼다.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2나노 양산을 계획 중임을 떠올려 볼 때 공정은 물론 양산 시점까지 인텔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엎은 인텔의 파운드리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 중인 반도체. 사진제공=인텔인텔 파운드리에서 생산 중인 반도체. 사진제공=인텔




21일(현지 시간) 인텔은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첫 파운드리 컨퍼런스 ‘IFS(인텔파운드리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서 MS로부터 18A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MS는 인텔에 어떤 칩셋을 주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MS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AI 칩셋 '마이아(Maia) 100' 후속작을 인텔에 발주했을 것으로 본다. 이 칩셋은 MS가 투자한 오픈AI의 챗GPT를 구동하는 데 쓰인다. MS의 초거대 AI 전략에 인텔이 주요 파트너로 올라선 셈이다. 행사장에 원격으로 등장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모든 개별 조직과 업계 전체의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해서는 신뢰할만한 최첨단·고성능·고품질 반도체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MS가 인텔 18A 공정을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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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MS로부터 수주한 칩셋을 연내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18A 공정 양산이 2024년으로 빨라짐을 의미한다. 인텔은 지난해 9월 18A 웨이퍼를 공개하며 양산 시점을 2025년으로 밝혔으나 이날 행사에서는 18A에서 생산하는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클리어워터 포레스트’가 공장에 투입(Taped-out)됐음을 공개하며 양산 시점을 2024년 말로 수정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TSMC의 공정 발전을 뛰어넘는 속도다. 삼성전자와 TSMC는 2025년 2나노 양산을 계획중이다. 지난해 인텔이 2025년 18A 양산 계획을 공개했을 당시 반도체 업계는 인텔이 계획했던 ‘4년 내 5개 공정 진입’이 현실화 돼 삼성전자·TSMC를 위협한다는 데 놀라움을 나타냈다. 이어 반년만에 선단 공정 도입 시기를 더욱 당긴 것이다.

나아가 내년부터 공정을 14A, 18A, 3나노, 12나노 등으로 세분화 해 각각 고도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구형 공정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국방·안보·우주·항공 등 신뢰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장기간 검증된 구형 반도체 수요가 더욱 높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이날 ASML로부터 도입한 하이NA 극자외선(EUV)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1.4나노급(14A)에 돌입하겠다는 새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2022년 삼성전자와 TSMC가 발표한 로드맵과 같다. 2021년 발표한 18A 양산 목표를 현실화한 만큼 차기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로 18A까지 급속 진입한 후 경쟁사와 보조를 맞춰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했다.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에도 나선다. 인텔은 이날 MS 외 ARM·지멘스·케이던스·시놉시스·앤시스 등 파운드리 주요 파트너사를 공개했다. 특히 모바일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 관계인 ARM이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스투 판 인텔 파운드리 총괄부사장은 “ARM과 인텔이 함께 서는 모습은 상상도 힘들었던 장면”이라고 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르네 하스 ARM CEO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를 MS 윈도우에 출시한다는 발표를 하는 듯하다”며 양사 협력이 이례적임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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