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자영업자에 사실상 '노조권'…野, 가맹법 처리 밀어붙인다

■ 29일 단독 본회의 직회부 추진

점주단체 협상요청 무한대 가능

본부는 거부하면 시정령·과징금

勞 단체협상권보다 형평 어긋나

업계 "투쟁장치 악용 우려"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9일 정무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포함해 일부 법안의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여야 지도부로 구성된 ‘2+2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법안이지만 양당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29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안들을 심사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겨냥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 일부 법안의 직회부를 시도해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일몰 법안들을 중심으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게 강행 처리의 명분이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무위 야당 간사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총선 전까지 두 달가량 국회에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시급한 민생 법안에 대해서는 빨리 처리하자는 입장”이라며 “상정할 법안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반대하고 있어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개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본회의 직회부를 시도하기에는 야당 의석수만으로는 부족해 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이 추진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가맹본부와 거래 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맹점주 단체 협의 요청 시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가맹본부에 시정 조치나 과징금이 부여된다. 여야 간 의견 차가 커 그동안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정무위 전체회의에 기습 상정해 처리했다.



상황이 이렇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 사실상의 ‘노동조합’ 권한이 부여될 경우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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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당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주협의회가 협의를 요청할 때 대표성이 없어 본사가 협의를 거부하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 가맹점주들의 권리가 세진 가운데 협상 개시를 강제하는 근거법이 생길 경우 가맹점주의 이익을 위한 투쟁의 ‘장치’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번 개정안이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 개시를 무한한 횟수로 요청할 수가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 의무가 있는 노조법에 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모든 단체 협의 요청이 가능하다. 아울러 가맹본부는 같은 브랜드임에도 각각 가맹 단체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일부 가맹점 간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노조법은 성실 협의 의무가 노조와 기업에 있는 반면 개정안은 가맹본부에만 의무를 부여해 형평성이 부족하다. 이미 A프랜차이즈 협의회장은 가입자 수가 불확실한 가맹점주 단체를 만들어 본사와 장기간 분쟁을 벌여 불매운동을 야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해외 법과 비교해서도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의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관계에 대해 개별 법안을 둬 규제하는 대신 당사자 간 자율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50개 주, 1개 특별구, 5개 자치령 가운데 현재 23개 주에서만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의 관계를 규정한 주 법이 있으며 이 중 12개의 주만이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결성권과 관련된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을 방해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극적인 의무를 가맹본부에 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가맹점 간 소통과 상생은 프랜차이즈 성공의 핵심”이라면서도 “지금의 가맹사업법으로도 일부 가맹점주의 이른바 ‘갑질’은 계속되고 있다. 개정안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윤 기자·이진석 기자·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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