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채권자로부터 예금을 압류 당하더라도 보유한 전체 자금이 생계유지를 위한 압류금지채권이라는 점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오석준 대법관)는 원고 측인 채무자가 A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하여 압류된 각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의 추가 자료 제출이 없는 이상 계좌에 남아있는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증명을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압류금지채권 해당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민사집행법은 채무자의 한 달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압류금지채권으로 정하고 있다. 또 구 민사집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압류하지 못하는 예금등의 금액은 개인별 잔액이 150만 원 이하인 예금 등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는 채무자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은 각 금융기관에 예치되어 있는 채무자 명의의 예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재판부는 이어 "채무자가 한달 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으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예금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 해당 소송에서 지급을 구하는 예금이 압류 당시 채무자의 개인별 예금 잔액 중 위 규정에서 정한 금액 이하로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짚었다.
앞서 채권자인 대부업체는 원고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자 852만 원의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안산지원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하였다. 이후 법원은 2012년 9월 원고에 대해 현재 및 장래 예금채권 중 180만 원에 대해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내렸다.
이후 원고 명의의 A 은행 계좌에 예치되어 있던 156만 원에 헤당하는 예금이 압류됐다. 이에 원고는 해당 자금이 생계비로서 압류가 불가한 채권이라고 주장하며 A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및 2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 은행은 원고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예금의 압류금지채권 해당 여부를 알 수 없고 법원의 압류 취소나 변경 결정 없이는 금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