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협력사인 TSMC의 생산능력 문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장악한 엔비디아로 수요가 밀려오고 있지만 이를 만들어내는 TSMC의 생산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5일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찰스 슘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올해 AI 반도체 열풍이 TSMC의 생산능력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칩을 설계하고 TSMC에 생산을 위탁하는 단계를 거친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만들려면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가 필요한데 이 공정에서의 병목현상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가 확보한 TSMC의 패키징 생산능력은 일부에 그친다. 현시점에서 AI 반도체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TSMC의 CoWos 생산능력 중 절반 정도가 필요하지만 엔비디아가 3분의 1가량만 확보한 상태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TSMC는 올해 안에 해당 공정의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124%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AMD·브로드컴 등 경쟁사들도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어 엔비디아가 점유할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매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당 수만 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칩은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희소성 있는 귀한 상품이 됐다”면서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의 칩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TSMC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내놓을 ‘B100 반도체’가 TSMC의 4나노 공정을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량이 올해 3나노로 옮기면서 TSMC의 4나노·5나노 공정이 남아돌지만 엔비디아의 주문을 소화하면서 적절하게 생산라인을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