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추정 손실 규모가 2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사실상 대출 채권을 회수하기 어려워진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 말 기준 추정 손실은 총 1조 96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8% 급증했다.
KB금융(105560)의 추정 손실 규모가 3926억 원으로 84.9% 증가해 가장 크게 늘었고 우리금융(2980억 원·60.7%), 하나금융(3430억 원·46.0%), 신한금융(7514억 원·30.5%)이 뒤를 이었다.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 의문 △추정 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 이하 여신이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된다. 추정 손실은 12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거래처의 부도·파산 등으로 사실상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해 회수를 포기한 경우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은행부터 카드·증권 계열사까지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라며 “개인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해외 법인 대출 등의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그룹들은 연초부터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취약 차주에 대한 조기 신용 평가, 고위험 차주 선별, 부실 기업 대출의 조속한 정리 등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외 사무소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충당금 추가 적립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