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독] "월 300만원 벌어도 못 갚아"…채무조정 신청 19% 늘었다

작년 4분기 4만7273명 접수

빚 부담에 1년새 7539명 증가

'경제 허리' 40대가 가장 많아

"물가 치솟아 실질소득 줄은 탓"


가계부채가 10개월 연속 증가하는 가운데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계부채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으로 근로자 평균 수준의 월 소득을 벌어도 채무 조정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7일 신용회복위원회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소득 및 연령별 채무 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채무 조정을 신청한 차주는 4만 7273명으로 직전 분기 4만 5751명에 비해 1522명(3.33%), 전년 동기 3만 9734명 대비 7539명(18.97%) 늘었다.



채무조정제도는 빚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를 대상으로 상환 기간 연장, 분할 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 유예, 채무 감면 등 상환 조건을 변경해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다. 2019년 4분기 2만 8897명이었던 채무 조정 신청자 수는 2020년 4분기 3만 749명, 2021년 4분기 3만 3321명, 2022년 4분기 3만 9734명, 2023년 4분기 4만 7273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는 6~8% 수준이었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22년과 2023년 각각 19.25%, 18.97%로 급격히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생계를 위해 대출받았던 서민들이 빚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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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채무 조정을 소득 구간별로 분석하면 ‘월 소득 300만 원 초과’인 차주의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01%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월 소득 200만~300만 원 이하(33.85%)’ ‘월 소득 100만~200만 원(21.31%)’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 소득 100만 원 이하’인 차주는 같은 기간 12.17% 줄었다.

월 소득 사정이 그나마 제일 나은 월 소득 300만 원 초과 차주들의 채무 조정이 가장 많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전체 채무 조정 신청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1.04%에서 지난해 12.44%로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53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평균 소득을 올리는 차주들마저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채무 조정을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물가 상승에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부족한 생계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빚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물가상승률은 2.8%를 기록하며 다소 완화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어지고 대출금리도 높아 당분간 채무 조정을 신청하는 차주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채무 조정을 신청한 사람들을 연령별로 분류하면 ‘경제 허리’로 꼽히는 40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채무 조정 신청 차주 중 40대는 1만 3817명으로 전년 동기 1만 1351명 대비 2466명 늘었고 50대가 1만 809명, 30대가 1만 394명, 60대 이상이 6657명, 20대 5532명 순으로 나타났다.

백주원 기자·이재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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