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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연간 130만 리터 혈장 처리…국내 최초 美 FDA 허가 혈액제제 기지를 가다

■GC녹십자 오창공장 르포

하반기 현지 출시 예정

제품 차별화 내세워 고마진 전략

올해 보험 시장 75%에 진입

매출 목표는 2028년 4000억 이상

혈액제제 분획 시설. 사진 제공=GC녹십자혈액제제 분획 시설. 사진 제공=GC녹십자




“연간 130만 리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혈장 처리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혈장보관소 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외기를 차단해 내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을 내려가자 무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플라스틱 병에 담긴 노란 액체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집게발이 달린 커다란 기계는 검수가 끝난 혈장들을 옮기고 있었다. GC녹십자(006280) 관계자는 “내부는 15도 이하의 온습도로 관리된다”며 “보관창고에서는 영하 20도에서 25만 리터의 혈장을 한 달여간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완제 공정시설인 통합완제관에서는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곳에서 검사원들은 불빛에 바이알(병)을 하나하나 비춰보며 불순물을 꼼꼼히 검사했다. 11대의 카메라가 바이알 당 12번을 촬영해 이물질을 걸러냈다. 옆 방으로 옮겨진 알리글로는 일렬로 줄을 서 라벨을 입고 포장용기에 담겨진 후 박스로 옮겨졌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 곳에서는 생산되는 혈액제제는 전 세계 32개국에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통합완제관의 자동이물 검사실. 사진 제공=GC녹십자통합완제관의 자동이물 검사실. 사진 제공=GC녹십자



27일 충북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정맥투여용(IV) 면역글로불린 10% 혈액제제 ‘알리글로’ 생산라인이 끊임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혈액제제는 헌혈이나 매혈을 통해 수집한 피를 분리·정제해 유용한 단백질을 뽑아내고, 이를 필요한 환자에게 투여되는 치료제다. 2007년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13만 부지 규모로 설립된 오창 공장에서는 알리글로를 포함해 유전자재조합방식의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GC녹십자의 주요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 오창 공장은 알리글로의 FDA 승인을 기반으로 2030년 1조 규모 미국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을 갖춘 공장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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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글로는 3번의 도전 끝에 8년 만에 FDA 문턱을 넘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 원 규모로 세계 최대이자 국내 약가 대비 약 6.5배 높은 최고가 시장인 만큼 매력적으로 평가된다. GC녹십자는 스페인 그리폴스, 미국 CSL베링, 일본 다케다 등 6곳에 이어 7번째로 미국 시장에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회사다. 혈액제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기술을 보유해야 하기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녹십자는 다른 회사 제품과의 차별점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정책을 활용할 방침이다.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CEX 크로마토그래피)을 도입해 제품 안전성을 높였다. 박형준 GC녹십자 오창공장장은 “다른 회사에서 제조한 제품이 혈전색전증을 유발한 경우가 있어 대량 리콜사태가 발생했었다”며 “우리는 CEX 크로마토그래피라는 공정을 통해 혈전 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 불순물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제거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제품으로 포지셔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리글로의 특장점을 바탕으로 후발주자이지만 고마진 정책을 활용한다. 유통채널로는 면역글로불린 유통채널을 50% 점유하고 있는 스페셜티 파마시(전문약국)를 채택했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스페셜티 파마시는 미국 내 고가 의약품과 생명의 위협을 다루는 어려운 의약품을 취급하는 유통채널로 스페셜티 파마시 비중이 높은 제품들은 현지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많은 영업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마케팅과 코프로모션을 통해 우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패키지. 사진 제공=GC녹십자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패키지. 사진 제공=GC녹십자


현재는 현지 상업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는 올해 하반기 알리글로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 전문약국 유통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고 다음 달부터 주요 학회에 참가해 알리글로를 알린다. 올해 7월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 사보험가입자의 약 75%에 알리글로를 등재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2028년 알리글로 매출 목표는 3억 달러(약 4000억 원)이다. 차기 제품으로는 피하주사(SC) 제형과 20% 제제도 개발 중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 매출 목표는 연결 기준 5000만 달러(670억 원)이며 5년 내 3억 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연평균 6%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그 이상의 매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창=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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