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에서는 대형사들로 퇴직연금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대형 보험사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8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6개 퇴직연금 운용 보험사들의 적립액은 93조 2479억 원으로 전년(87조 518억 원)보다 7.1% 증가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0%가량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는 지난해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증권사 등 다른 업권으로 퇴직연금 고객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86조 7397억 원으로 전년보다 17.9% 늘었고 은행 역시 198조 481억 원으로 16.7% 증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증권사에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몰리고 은행 업권은 판매 채널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가 약화된 상황에서 고객들은 대형 보험사들을 주로 찾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적립액 증가분인 5조 8187억 원 가운데 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 등 ‘빅4’ 보험사들의 적립금 증가액이 5조 9000억 원을 넘어섰다. 나머지 중소형 보험사들의 적립액은 오히려 1300억 원 정도 줄었다. 퇴직연금 적립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032830)(3조 4711억 원)이었으며 이어 교보생명(1조 8649억 원), 한화생명(088350)(5460억 원) 순이었다. 반면 DB생명과 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흥국생명 등은 전년 대비 적립액이 줄었다. 손해보험 업계도 삼성화재(000810)·DB손보·현대해상(001450)·KB손보 등 손보사 ‘빅4’의 적립금은 9158억 원이 늘었지만 나머지 보험사는 5000억 원 넘게 적립금이 줄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경우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고 또 장기간 유지하는 만큼 유동성에도 도움이 돼 의도적으로 줄이지는 않는다”며 “대형 보험사들의 영업력이 우수한 데다 가입자들도 대형사들을 선호하는 경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