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인 29일 국립대 의대 교수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급격한 증원으로 의대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대책이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는 지금이 의료개혁의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하며 진료 현장에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본부장 국무총리) 회의를 주재하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의 9개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까지 늘리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현장 수요를 고려해 추가로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1200~1300명 수준인 거점국립대 교수 인원을 2배 가까이인 2200~23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증원 대상에서 빠진 서울대병원의 증원이 이뤄질 경우 전체 국립대 의대 교수 증원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사 증원과 교수 증원이 함께 추진되면 의대생·전공의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수련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문의 중심'의 병원이 이뤄지고, 젊은 의사에게 국립대병원 교수가 되는 기회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박 차관은 "국립대 병원이 지역의 역량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해 수도권으로의 환자 쏠림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에 늘리기로 한 지방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는 교육부 장관이 보수를 지급하고 총장이 임명하는 정교수로, 현재 기금교수나 임상교수 중 상당수가 정교수가 되고 기금교수·임상교수 자리는 후배들에게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교수 확대는 전공의 중심인 병원 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숫자가 과도하게 많고, 펠로라고 하는 전임의 숫자도 많은 것이 우리나라 빅5(수도권 5대 대형병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 같은 경우는 47%가 전공의인데,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없다"며 "도쿄대 같은 경우 10% 수준이라는데, 진짜 수련생들이 빠져나가도 병원의 본질적 기능이 그대로 유지가 되는 수준의 '전문의 중심 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이날로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과 관련해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의료개혁은 국민과 지역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국민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상진료대책의 일환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5월까지 순차적으로 개소할 예정이던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내달 4일 조기 개소기로 했다.
이 장관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는 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중증·위급환자의 전원을 종합적으로 관리·조정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남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전념해 주고 계신 의사분들과 간호사분들은 국가가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