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국내 유통 '원톱' 올랐지만…中 알테쉬 '錢해전술' 넘어서야

쿠팡의 유통혁명 <하> 영원한 유통 제왕은 없다

중국 e커머스 무한 자금력 앞세워

신선식품 등 사업영역 확장 모색

쿠팡 신성장 동력 확보에 걸림돌

제조사 갈등·노동이슈 해결 시급

실적 걸맞은 사회공헌활동도 필수

사진 제공=쿠팡사진 제공=쿠팡




쿠팡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국내 유통 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중국 e커머스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이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시장 등까지 사업 영역 확대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경쟁 상대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쿠팡은 입점 업체와의 갈등이나 물류 직원 과로사 등 노동 이슈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2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은 알리바바·핀둬둬 등 중국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류센터 건립, 신선식품 진출 등 국내 사업 확장도 노리고 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중국에서 화물이 들어오는 평택항이 주요 거점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그로서리는 국내 업계에서 일할 전문가를 채용하는 상황이다.



이는 ‘로켓배송’을 넘어 ‘로켓그로스’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 시장점유율을 높여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쿠팡 입장에서는 매우 큰 걸림돌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쿠팡이 10년간 쌓아 올린 로켓배송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천문학적 광고비로 미국에서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이들의 국내 잠식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28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48조 8135억 원에 달한다. NYSE에 상장된 쿠팡의 시가총액 43조 5134억 원과 단순 비교하면 6배에 이른다. 나스닥에 상장된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의 시가총액도 221조 6098억 원을 기록했다. 함께 한국에 진출한 중국 의류 쇼핑몰 업체 쉬인도 올해 예정된 미국 기업공개(IPO)에서 기업가치가 약 86조 원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쿠팡은 총 550조 원에 달하는 중국 초거대 공룡 업체들과 겨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쩐(錢)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알리의 경우 한국에서 선두 검색 플랫폼인 네이버에 광고를 집행하는 중이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집계에서 알리의 올 1월 기준 월간 사용자 수가 717만 명으로 전년 동기(337만 명)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은 이러한 집중 투자 덕분으로 분석된다. 테무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에 수백억 원을 쓰면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쿠팡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사진 제공=쿠팡


쿠팡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파트너사들과 납품 가격 및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야 한다. 쿠팡과 제조사 간 갈등은 해묵은 일로 최근에는 LG생활건강과 화해하는 등 해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문제가 터질지 알 수 없다. 특히 제조사들이 파격적인 공짜 수수료로 유인하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속속 입점하는 상황이어서 쿠팡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로켓배송이라는 편리한 서비스 이면에 있는 노동 이슈도 반복해서 터지는 문제다. 쿠팡은 심야·새벽배송 종사자, 물류센터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과 관련해 노동계와 과로사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기피 인물의 재취업을 막고자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인 이충윤 변호사를 경영관리실 이사 직급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쿠팡이 유통 선두 업체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자회사 CFS에서는 직원들이 ‘우리 사적 가꾸기’ 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성금을 전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본사 차원의 사회 공헌 활동 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쿠팡의 사회 공헌 활동은 미흡해 보인다”며 “이마트나 네이버 등이 전개하는 사회 공헌 활동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전통적인 유통 강자로 꼽히는 이마트는 △매칭 그랜트 방식의 기부 프로그램인 ‘희망배달 캠페인’ △아동에게 장난감을 빌려주고 학부모에게 육아 상담을 제공하는 ‘희망장난감도서관’ 사업 △소외 계층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희망배달마차’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은 2022년 68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고용 인력이 7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경운·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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