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골프장 업계에 ‘대재난의 해’였다. 여름 내내 이어진 기록적 폭염과 폭우에 잔디가 녹다시피 했다. 성수기인 가을까지 애를 먹은 곳이 많았다. ‘올해는 더 덥다’는 예보에 골프장 업계는 대응책을 찾느라 노심초사다.
삼성물산 골프사업팀 코스관리그룹의 김응태(53) 전문위원(그룹장)은 골프장 업계가 맞닥뜨린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선 인물이다. 그의 전략은 연합전선 구축. 지난해부터 전국 골프장의 코스 관리 종사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골프삼성 잔디 세미나’를 열고 있다.
최근 만난 김 위원은 “세미나는 내부적으로 오랫동안 얘기돼온 이슈나 특별한 사항들을 자체 정리하고 저희끼리 공유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런데 진행하다 보니 내부로 한정하지 말고 폭넓게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부 분들이 경험한 사례와 의견·노하우를 들어보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대표나 지배인에게도 문을 연 지난해에는 70명 넘는 인원이 몰렸고 올 1월 열린 2회 세미나에는 코스 관리 현업 종사자로 대상을 좁혔는데도 60명 가까이 참석해 열띤 토론까지 벌어졌다.
기후변화의 총공세를 골프장들은 어떻게 막아내야 할까. “겨울 기상의 변동성이 굉장히 커져서 동해가 많아진 데다 여름에는 더위와 많은 비가 차례로 닥치니 잔디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 김 위원은 “그래서 밀도는 높고 뿌리는 견고하도록 봄에 잔디를 건강하게 키워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키워드는 배수와 급수다. “피해가 많았던 곳들을 돌아보면 배수가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배수 개선을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뿌리 건강에 직결되는 급수에 있어 토양 수분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시급합니다.” 여름철에는 바람의 역할이 절실하다. 김 위원은 “기온은 점점 높아지는데 잔디한테 마냥 견디라고 할 수는 없다. 온도를 낮춰주고 공기를 순환시켜 잔디의 광합성을 돕는 송풍기 설치가 이제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더 크게 보면 기후변화에 맞게 난지형 잔디로의 대대적 교체도 고민할 만하다.
기후변화와의 전쟁은 코스 관리 연합군만의 싸움이 아니다. 김 위원은 골퍼들의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잔디가 들려 있으면 수분 증발이 빨라서 건조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아진다”며 “그린에 자국이 남았거나 잔디가 들려 있으면 퍼터로 눌러주시는 것도 잔디 피해를 막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