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퇴출까지 걸리는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도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폐지 사유로 거래 정지된 상장사에만 8조 원 넘는 자금이 묶여 있는 만큼 절차를 단축해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방안이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의 개선 기간을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 상장사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자본잠식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열고 퇴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유가증권시장 실질 심사는 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 등 2심제로 진행하고 코스닥에서는 기업심사위원회와 1차·2차 시장위원회 등 3심제로 이뤄진다. 심사 과정에서 회사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도 부여한다.
문제는 개선 기간 등으로 실질 심사 과정이 길어지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의 거래 정지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소송이나 심사 보류 등 변수가 발생하면 기간은 더욱 장기화된다. 장기간 거래 정지된 좀비기업은 투자자 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증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사유로 거래 정지 상태인 기업(스팩 등 제외) 수는 유가증권시장 17개사, 코스닥시장 54개사 등 71곳이다. 거래 정지된 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 규모 8조 2000억 원만큼 자금이 돌지 않는 셈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주성코퍼레이션(2020년 3월 거래 정지), 청호ICT(2021년 3월)와 코스닥 상장사인 아리온(2020년 3월), 이큐셀(2020년 3월), 파나케이아(2020년 9월), 피엔티엠에스(2020년 12월) 등은 거래 정지 기간이 3~4년에 달한다.
정부는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해 좀비기업을 빠르게 퇴출해야 투자 자금이 새로운 기업으로 투입돼 증시 전반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폐지 제도 개선이 기업 자율에 방점을 둔 밸류업 프로그램의 보완책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퇴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