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대기업 전용기 조준한 美국세청

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예산 증액 덕 '세금 경찰' 제 역할

정치권은 '강압적 추징' 선동 지속

온라인 '세금 프로그램' 시행처럼

'서비스에 적극적' 이미지 알려야





‘대기업 전용기 사용 실태 감사와 일반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



예산 증액으로 잔뜩 탄력을 받은 미국 국세청(IRS)이 일반 납세자들이 반길 만한 활동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수년간 IRS는 가용 자원 부족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쓴웃음을 자아낼 만큼 낡은 정보통신(IT) 시설과 형편없는 고객 서비스, 인력 부족에 따른 부실한 세무 집행은 걷잡을 수 없는 ‘노골적 세금 사기’로 이어졌다. 마침내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IRS에 800억 달러를 투자해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공화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 의원들은 끈질기게 IRS에 배정된 자금을 회수하려 들었다. 지난해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의 첫 번째 목표 역시 ‘세금 경찰’의 예산 축소였다. 공화당은 채무 한도 조정안과 이스라엘 지원안 등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법안에 IRS 예산 삭감 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차례에 걸쳐 민주당과 대립했다. 여기에 보태 우익 논객들은 IRS가 800억 달러의 예산으로 8만 7000명의 무장 요원들을 고용해 법을 준수하는 중산층 납세자들을 상대로 강압적인 세금 추징을 시도할 것이라고 겁을 줬다.

모두 헛소리다. IRS가 늘어난 재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면 지난 2주 사이 발표된 내용을 검토해보라.



IRS는 최근 기업 전용기 사용 실태를 감사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일부 기업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중역들의 사적인 비즈니스 제트기 사용 비용을 영업 경비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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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S 수장인 대니얼 워펄은 “기업 전용기 사용 실태 조사는 재원과 인력 부족으로 오랫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감사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 세무 감사는 좀처럼 레이다망에 걸리지 않는 대기업들의 세금 회피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기업 전용기 사용 실태 점검 프로그램은 일단 수십 대만 선별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대기업과 복잡하게 얽힌 합작사 및 개별 고소득자가 적정한 세금을 납부하도록 만들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다. IRS는 지난 수년 동안 빈혈을 일으킬 만큼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무 감사 비율을 최소한 역사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잔뜩 움츠러든 세무 감사 활동은 연방정부의 자금 부족에 손을 보탰을 뿐 아니라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비롯한 일부 납세자들이 ‘제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대중의 인식에 휘발성 강한 연료를 제공했다.

IRS는 또 미국인 납세자들이 ‘2023 연방 세금 보고’를 온라인으로 직접 할 수 있는 ‘다이렉트 파일’ 시범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은 터보 택스와 같은 제삼자를 거치지 않은 채 무료로 온라인 세금 보고를 할 수 있다. 세금 보고 대행사들과 공화당은 지난 수년 동안 이 같은 노력에 반대했지만 2022년 관련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실행이 가능해졌다.

현재로서는 IRS의 다이렉트 파일 시범 프로그램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12개 주에서 짧은 기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IRS는 자체적으로 대규모 온라인 세금 보고를 처리할 능력을 갖췄는지 시험 중이다. 시범 프로그램은 실시간 고객 상담 채팅 기능을 갖고 있지만 간단한 세금 보고만을 처리할 수 있을 뿐 단기 계약직 혹은 임시직 소득이나 의료보험료 세금 공제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세금 보고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이렉트 파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로 IRS가 적극 홍보해야 할 프로그램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다이렉트 파일 시범 행사에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의) 자체적 한계로 납세자가 세액공제나 차감 세액공제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수시로 알려줬다.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이처럼 자주 고지하는 이유를 묻자 IRS 관계자들은 “정확한 세금 보고란 납세자들에게 가능한 최고액을 납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이 법으로 보장된 모든 세제 혜택을 받도록 돕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가 최고의 세금 징수 기관의 역할에 대한 신선하고도 서비스 지향적인 접근법이다. IRS 비판론자들이 종종 묘사하는 징벌 위주의 국세청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납세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IRS가 목청껏 외쳐야 할 메시지다. ‘세금 사기에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하지만 선량한 납세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국가기관’이라는 IRS의 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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