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금지 명령에도 이혼한 전 배우자의 가족이 근무하는 변호사 사무실을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기 때문에 침입죄로 봐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원심에서 무죄로 본 건조물침입 부문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라며 "출입 당시 객관적, 외향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피해자의) 평온 상태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은 2021년 9월 7일 피해자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명하는 법원의 결정이 있음에도 피해자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의 치료와 장래 진로 상의를 위해 사무실을 찾아갔기 때문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비록 피해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무실에 출입했다"고 짚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침입죄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의 사무실 출입행위가 설령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출입과정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평온, 공연하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 사건 사무실 내의 상담실까지 들어가 피해자를 기다렸다"며 "이후 발생하는 추가적인 사정에 따라서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큰 사적 주거,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건조물에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몰래 들어간 경우 또는 출입 당시 거주자나 관리자가 출입의 금지나 제한을 하였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출입한 경우에는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돼 침입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