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의원 및 인사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비명횡사’가 재연됐다.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친명’계 이수진 의원과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은 경선을 통과해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발표한 4~6차 경선 지역 개표 결과 박광온(3선·경기 수원정), 전혜숙(3선·서울 광진갑),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정춘숙(재선·경기 용인병),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 등 비명계 현역이 대거 친명 후보들에게 밀리며 경선에서 탈락했다.
친문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 상당에서 이강일 전 지역위원장에 패배해 본선행에 실패했다. 광주 광산갑의 경우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가 현역 이용빈 의원에게 승리했다.
앞서 김한정·윤영찬 의원은 본인이 하위 평가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평가 ‘하위 10%’에는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는 20%를 감산하는 페널티 규정을 적용한다. 하위 평가를 받은 현역의 상대 후보들이 상당수 신인 가점 10%를 적용 받아 이들은 최대 40%의 감점을 안고 경선을 치렀다.
공천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이수진 의원은 윤영찬 의원을 누르고 경기 성남중원에서 공천됐다. 강원도당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서울 은평을에 예비 후보로 등록해 지도부의 ‘주의’ 조치를 받은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도 강병원 의원을 눌렀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용진 의원은 서울 강북을에서 ‘친명’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을 치른다.
서울 용산에선 강태웅 지역위원장이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을 꺾었다.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충북 충주)도 본선에 올랐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오기형·신영대·최기상 의원은 친명 후보들을 꺾고 공천장을 받았다.
잇따른 공천 파동에 당 안팎에서 공격을 받아온 이재명 대표는 이날 ‘비명’계 현역 의원을 지원하면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서울 양천구를 찾아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친문’ 황희 의원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공천으로 갈라진 당 상황을 수습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을 포함해서 집권 여당이 2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대통령 부인 수사 안 받게 막느라고 아무것도 못했다. 국민 삶에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온갖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간담회를 하고 약속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관권 선거”라며 “3·15 부정선거와 똑같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심판해서 바꿔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친문’ 좌장인 홍영표 의원이 이날 결국 탈당을 선언하면서 공천 파동의 여진은 이어졌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이라며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천 내홍으로 촉발된 비명계 ‘줄탈당’ 현상은 일단 한 고비를 넘는 듯했다.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 잔류를 선택한 데 이어 ‘컷오프(공천 배제)’ 통보를 받은 기동민 의원도 “당원의 책무를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도 지역구(서울 마포갑)에 전략공천된 이지은 전 총경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비명계가 경선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불공정 공천 논란은 재차 민주당을 흔들게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가라앉는 듯했던 공천 갈등이 경선에서 비명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