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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일자리 뺏고 범죄율 높인다"…이주민에 대한 '조작된 공포'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헤인 데 하스 지음, 세종 펴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6명 대로 내려앉았다. 저출산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 나아가 국가 소멸이라는 극단적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이민의 문을 더 활짝 열어 젖히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민청을 신설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을 ‘공포’로 느낀다. 이주민이 증가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들은 미국의 9·11 테러와 유럽에서 벌어진 각종 테러 사건을 예로 들며 이주의 장벽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간 이주 비율 3%대 수준 유지

급격히 늘지도, 일자리 뺏지도 않아

공부·가족재회 위해 범죄동기 낮고

사회적응 과정서 아이도 적게 출산

데이터·연구 통해 22가지 오해 반박



이민 문제 직면한 韓서 참고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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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인 데 하스의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우려와 고민에 대한 대답을 담고 있다. 마치 지금 이 시점의 한국을 겨냥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암스테르담 대학 사회지리학과 교수이자 옥스퍼드대학교 국제이주연구소(IMI) 창립 멤버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주에 관한 두려움과 오해 22가지를 수많은 데이터와 연구 사례를 통해 반박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이주를 막는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이민자가 너무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이민자가 너무 많아져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유엔인구국 등의 통계에 따르면 국가간 이주 수준은 이례적으로 높지도 않고 증가하고 있지도 않다.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세계 인구 대비 약 3%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도 나타난다.



기술이 발달해 나라간 이동이 쉬워져 이주가 많아졌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오히려 아웃소싱은 더 늘어났다. 자본과 기술이 저개발 국가로 이동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빈곤국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부유한 국가로 이동한다는 생각도 틀렸다고 주장한다. 최빈곤국 사람들은 원거리를 이동할 돈이 없다. 오히려 국경을 넘는 이주의 이유는 ‘노동력 수요’다. 노동력이 부족해졌거나, 임금이 상승한 선진국 기업이 값싼 노동력을 불러들인다는 이야기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가 된 한국 역시 곧 노동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해외의 노동자들을 초청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주민들이 얻는 것 이상으로 한국 사회가 얻는 것도 많은 게 사실이다. 저자는 이주민들이 모여 있다 보면 필연적으로 갈등과 범죄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편견이라고 말한다.

미국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감옥에는 유색인종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주민이 토착민보다 범죄를 더 많이 일으킨다는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주민들은 공부를 하거나 가족과 재회할 목적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범죄를 일으킬 동기가 더 적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며, 이러한 주장은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저자는 ‘이주민을 통해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오해 혹은 환상이라고 꼬집는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 정도 수준의 이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 게다가 이주민들 역시 아이를 적게 낳는다. 이주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도 자신들이 사는 사회에 빠르게 적응해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인류가 진화한 것처럼 이주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저자의 기본 전제는 수긍할 만하다. 자신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국가는 동아시아, 특히 한국”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주민에 대한 편견으로 완화된 이민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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