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행동 불참)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이 온라인에 유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의협은 “조작된 허위 문건”이라며 작성자를 형사 고소하기로 했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전·현직 의협 간부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협 내부 문서를 폭로한다’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과 관련해 “문서의 진위 등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게시 글에 첨부된 의협 내부 문서로 추정되는 문건에서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을 작성 및 유포하라”며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블러(흐리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실제 의협이 이 문건을 작성했는지 확인한 뒤 본격적인 수사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전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참의사 전공의 있는 (환자) 전원 가능한 병원’이라는 제목의 게시 글이 확산했다. 이 글에는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별로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적혀 있다. 일부 목록에는 전공의 이름 세 글자 중 두 글자만 공개하거나 출신 학교로 추정되는 정보 등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의협이 온라인상에 유포된 내부 문건의 작성 주체라면 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셈이다. 앞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6일 경찰 출석 당시 “의료 공백 사태는 의사들의 자발적 포기 운동”이라며 전공의들의 사직을 교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해당 문건이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문을 냈다. 의협 비대위는 “비정상적인 경로나 방법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하거나 회원들의 조직적 불법행동 교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게시 글의 작성자를 사문서 위조 및 허위 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7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 이탈자는 1만 1985명(92.9%)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확인되는 대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