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직한 일부 전공의들이 환자 곁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을 겨냥해 되레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 의사·의대생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장을 돌보는 전공의들의 인적 사항을 적은 리스트가 게재됐다. ‘참의사’라고 조롱하면서 “평생 박제해야 한다” 등의 협박성 댓글도 달렸다. 더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의사들이 사이버 따돌림을 통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니 암담하기 그지없다. 동료 전공의들의 진료 복귀와 정상 진료를 방해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다. 집단 따돌림 조장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오죽하면 의사 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조차 “아무런 반성 없이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고 했겠는가.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의협은 이를 부인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8일째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은 피가 마르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종합병원들의 수술 건수는 평상시의 절반으로 줄었다. 의료 공백이 더 지속되면 응급 환자 등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데도 제자들을 말려야 할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을 지키겠다”며 삭발에 이어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설 기세다.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교수들이 먼저 내팽개친 꼴이다.
의사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집단행동으로 정부의 양보를 얻어온 ‘의사 불패’ 신화를 믿고 안하무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쌓인 국민들의 의료 개혁 요구가 분출돼 정부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정부는 다음 달 10일 총선 전까지 대학별 의대 증원도 확정할 방침이다. 이참에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진료보조(PA) 간호사 합법화에 이어 미용 시술 일부를 비의료인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기득권 깨기에도 들어갔다. 전공의들은 이제라도 병원의 환자 곁으로 복귀해 필수·지방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