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신율의 정치난타]‘지민비조’ 협력관계 오래 못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명, 일단 조국당과 연대 나서도

사법 리스크·불공정 시비 등 부담

표면적 협력일 뿐 선 분명히 그을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은 윤 정권에 실망한 중도파와 합리적 보수파까지 끌어와 지역구에서 1대1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런 언급을 보면 조국당은 민주당의 지역구 후보들을 지원하고 자신들은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당)’라는 공조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단순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논리적으로 따지면 두 정당이 연대하거나 공조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가 중첩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 자신도 재판받고 있는 사건이 한둘이 아닌데 2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 대표와 연대할 경우 사법 리스크가 두 배가 돼 상대방에게 좋은 공격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둘째,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정권 심판론으로 치르고 싶어하는데 조국당과 연대할 경우 많은 유권자들이 2019년 조국 사태를 떠올려 정권 심판론은 사그라지고 불공정에 대한 심판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도 민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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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 대표와 친문과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모두 알다시피 현재 민주당에서는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 친문 의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당내 주류 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아무리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친문 그룹의 상징적 인물 중 하나와 손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조 대표와 연합하는 것이 당을 떠난 친문이 다시금 당내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조 대표는 살고 이 대표는 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이 대표는 조국당과의 연대를 절대 생각할 수 없다. 즉 당장은 표면적으로 협력을 말하지만, 조국당과 선을 분명히 그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연대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가뜩이나 여당이 민주당 위성정당에 대해 ‘종북 좌파 세력과 음모론자들의 국회 진출 숙주이자 교두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다수의 의원이 탈당하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현재 약진 중인 조국당과의 연대를 고려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어차피 궁극적인 목표가 민주당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를 위해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시점에서 양당이 서로 필요에 의해 연대나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총선 이후에도 양당의 협력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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