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복 가입자에게 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일괄 지급한 경우, 나머지 보험사는 부담금을 가입자가 아닌 일괄 지급한 보험사 측에 변제 청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2월 15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피고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서울지방법원으로 사건을 파기환송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나타난 보험계약의 당사자 및 내용,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경위 등으로부터 추단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인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초 보험금을 B에게 일괄 지급한 삼성화재가 (현대해상에 대한) 변제 주체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중복 보험자인 B씨는 삼성화재해상보험 측에 보험사고를 접수해 보험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원고 현대해상 측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다"며 "삼성화재가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그중 일보는 현대해상을 대신해 지급한다고 B씨에게 밝히지도 않았다"라며 B씨가 해당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B씨는 2017년 6월 22일 소속 부대 운전병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이동 중 교통사고로 경추 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중복 보험자인 B씨는 삼성화재해상보험 측에 보험사고 접수를 하였고, 총 8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삼성화재는 B씨의 또다른 보험사인 현대해상 측에 4000만 원의 구상금을 청구했고, 현대해상은 이를 삼성화재 측에 지급했다.
보험금을 지급한 현대해상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를 제기했고, 2018년 패소 판결을 받았다. B씨는 재해부상군경으로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게 현대해상 측 주장이다.
이후 현대해상 측은 B씨를 상대로 보험금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고, 2심도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 재판부는 "삼성화재가 현대해상의 부담 부분까지 추가로 지급한 것은 보험금 지급채무를 대신해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추가 지급 부분에 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주체는 B씨와 직접 법률관계를 맺고 실질적, 종국적으로 그에 기한 손해를 부담한 원고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에 변제나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이어 "B씨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이후 현대해상 측에 다시 보험사고 접수를 하였는데, 이는 B씨가 원고의 부담부분에 상응하는 보험금을 삼성화재로부터 대신 지급받았다고는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