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작업을 늦게 시작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추월하며 공천이 막바지인 가운데 3선 이상 중진 의원 교체율은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공천 내홍을 겪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당이 자랑한 시스템 공천이 아닌 기득권 공천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불출마나 경선 패배,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이유로 물갈이된 현역 의원은 3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4명의 32%다.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현역 교체율(4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3선 이상 중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현역 교체율은 더욱 낮아진다. 3선 이상 32명 중 25명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3선) 의원을 비롯해 이명수(4선)·홍문표(4선)·김영선(5선)·이채익(3선) 등 5명은 컷오프되거나 불출마를 택했다. 나머지 중진인 하태경·한기호 의원은 경선을 치르고 있다.
공관위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고 자평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과 ‘현역’ 불패 공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 등은 모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대표 출마를 공개 반대한 ‘연판장 초선’ 30명도 대부분 공천장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활약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경기 용인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고 윤두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북 경산에서는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단수 추천됐다.
반면 지역구를 뺏긴 비윤 의원들은 엉뚱한 곳에 ‘내리 꽂기'식 공천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유경준 의원의 경우 서울 강남병 지역구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전략 공천되자 강하게 반발했다가 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 화성정에 재배치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번 주중 출범하기로 했다. ‘한동훈 효과’로 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른 만큼 한 위원장이 단독으로 선대위원장도 맡아 총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공동선대위원장보다는 한 위원장 원톱 체제가 유력하다”며 “권한을 분산시키는 대신 효율적 선대위를 구성한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을 한 달 앞둔 이날 "'운동권 특권세력, 부패세력, 종북세력 합체'로 자기 살기 위해 나라 망치는 이재명 민주당의 폭주를 저지하고, 동료시민을 위한 정치개혁과 민생정치의 새 장을 열겠다"고 말했다.